한국방송 <개그콘서트>(개콘)가 지난달 시작한 새 꼭지 ‘민상토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식이다. 프로그램 사회자 박영진이 “먹는 얘기나 편안하게 하자”고 개그맨 유민상을 패널로 섭외한다. 유민상이 “제가 먹는 게 섹시한 남자 ‘먹섹남’입니다”라며 분위기를 띄우면 박영진이 돌변하며 묻는다. “최근 경상남도가 무상급식을 중단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옇게 질린 유민상은 말을 제대로 못 잇는다. 부조리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한겨레티브이 <잉여싸롱>에서 ‘민상토론’이 왜 문제적 꼭지인지 들여다봤다.
서정민 : 박영진이 몰아붙이는데, 유민상은 속 시원히 얘기를 안한다.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이 자체가 한국방송과 <개콘>이 정치풍자를 못하는 현 상황 자체를 비트는 풍자다. 이명박 정권 이후 방송사 내부 검열도 심해졌고, 정치풍자는 건드려선 안될 영역처럼 돼버렸다. 이를 비꼬는 ‘민상토론’이 한수 더 높은 것 같으면서도, 또 따지고 보면 정치풍자의 본질은 비껴간다. 묘하다.
김선영 : 즐겁게 보다가도 어느 순간 의문이 드는 점이 과연 검열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할 말이 없어서 못하는 것인지가 모호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지금은 굵직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를 언급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이러한 모호함이 계속된다면 곧 한계가 찾아오지 않을까.
이승한 : 정치풍자로 인기를 얻은 코미디들은 종종 갈수록 풍자를 자제하곤 한다. 외압과 자기검열, 그리고 “쌓아놓은 유행어로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손을 잡은 결과다. 티브이엔 <에스엔엘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가 그랬고, <개콘>의 ‘닭치고’가 그러고 있다. 말 못하는 세태 자체를 풍자하는 ‘민상토론’마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