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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앵그리 맘’ 작가 김반디 “이 세상 아이들에게 바치는 속죄의 편지”

등록 2015-05-24 20:11수정 2015-05-24 20:19

드라마 <앵그리맘>의 장면들.
드라마 <앵그리맘>의 장면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메시지 주고 싶었다”
지난 7일 끝난 드라마 <앵그리 맘>(문화방송)은 지난해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삼았다. 일진 출신 엄마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고생으로 위장하는 내용인 줄만 알았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아이들이 탄 배를 학교라는 공간에 은유해 세월호 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불편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묵직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2014년 <문화방송> 극본공모 당선작인데, 신인 작가가 미니시리즈 데뷔작으로 사회를 고발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경우는 잘 없다. 방송사 등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앵그리 맘>은 ‘용감한 드라마’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김반디(39) 작가는 2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난 사회의식이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다. 세월호는 보통 사람이 보통의 상식으로 분노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공모를 준비하던 당시, 매일같이 세월호 뉴스를 봤어요. 그 감정이 너무 압도적이라 자연스럽게 글로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에는 교육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참사를 유발한 권력자들과 기득권자들은 처벌받아야 마땅하고, 어른들 또한 반성하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세상, 이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비록 ‘솜방망이’ 처벌이지만 관련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

주제의식이 너무 강해 걱정도 했다. “1년 전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시청자들한테 그때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다시 한번 감당하라고 하는 게 고민됐고, 자칫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줄까 저어됐어요.” 김 작가는 그래서 “코미디와 사회극 사이, 형식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좀더 소화하기 쉽게 초중반에 코미디를 강화했고 학교 건물 붕괴 사건의 시기를 늦췄어요. 일단 보게 해야 하니까. 봐야지 느끼든 생각하든 욕하든 할 거니까.” 이런 노력으로 <앵그리 맘>은 코미디 같은 밝은 분위기를 바탕에 깔아둬 시청자들이 무거운 주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했다.

하지만 정작 작가의 심적 고통은 덜어지지 않았다. 학교 건물 붕괴 얘기를 하면서는 “무섭고 불안한 감정 속에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마치 내가 그 학교를 붕괴시키는 주범이 된 듯한, 혹은 그 안에 있는 아이가 된 듯한, 설명하기 힘든 심리상태였어요.” 붕괴가 시작된 14회를 집필할 때는 특히 가슴이 아팠단다. 4회에서 죽은 여고생의 모습 위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엄마의 편지 내용이 흐르는 장면은 “이 세상 모든 아이들한테 바치는 제 나름의 속죄의 편지”라고 말했다.

“약자라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는 김반디 작가는 구성작가 출신이다. <브이제이 특공대> 등을 만들었고, 2007년 <한국방송2> 단막극 공모에 당선돼 2011년 <드라마시티-당신이 머무는 자리>로 데뷔했다. 본명은 박경수다. “이미 유명한 선배 작가가 있어” 반딧불을 뜻하는 ‘반디’로 이름을 바꿨다. 선배 ‘박경수’는 <펀치>로 정치권력의 민낯을 드러냈고, 후배 ‘박경수’는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보듬으며 예명처럼 작게나마 우리 사회에 희망의 빛을 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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