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가 막바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방송 예능국을 둘러싼,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에피소드뿐 아니라 김수현·아이유·차태현·공효진의 물고 물리는 러브라인 향방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겨레티브이 잉여싸롱에서는 방송연예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조은별 브릿지경제 기자와 함께 <프로듀사>와 실제 방송국 뒷얘기를 해봤다.
서정민: <프로듀사>를 보며 주인공 ‘백승찬’ 피디를 연기하는 김수현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요…, 그게 아니구요…” 하는 식으로 신입 피디의 어리바리하면서도 답답한 말투를 정말 실감나게 표현한다. 특히 술 취했을 때 눈을 게슴츠레 올려뜨며 부자연스러운 쌍꺼풀을 만드는 표정이 압권이다.
조은별: 박혁권이 연기하는 ‘김태호’ 책임피디를 두고 한국방송 ‘모’태호 피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지질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고 뒤에서 로비를 하려는 것을 희화화한 게 그 선배에 대한 감정을 드라마로 푸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매니저에게 자기 딸 사진을 들이대며 “우리 애 걸그룹 멤버로 어때?” 하는 걸 보면 종편으로 간 아무개 피디도 떠오른다.
김선영: 여러 제품 피피엘(PPL)로 말이 많은데, 사실 이 작품 자체가 한국방송 피피엘 드라마나 다름없다. 보통 가상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던 기존 드라마와 달리 한국방송과 예능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프로그램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더 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거야말로 그동안 타 방송사 프로그램 베끼기로 말이 많았던 자사 이미지 상승 전략 아닌가.
이승한: 애초 편성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그냥 금토 밤 9시대 시청률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프로듀사>는 충분히 성공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시도로 케이블과 종편에 빼앗긴 20~49 시청자층을 잡아 채널의 장기적인 미래를 담보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아무래도 <프로듀사>는 실패작인 것 같다. 전문직들이 직장에서 일 대신에 연애하는 이야기, 이제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