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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악역 전문? 난 확신범”

등록 2015-07-01 19:23수정 2015-07-06 11:25

<소수의견>에서 ‘유일한 악역’인 홍 검사를 연기한 배우 김의성을 지난 26일 한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내 속에 홍 검사의 모습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소수의견>에서 ‘유일한 악역’인 홍 검사를 연기한 배우 김의성을 지난 26일 한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내 속에 홍 검사의 모습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영화 ‘소수의견’ 유일한 악역 김의성
대중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있다. 배우 김의성(50)도 그런 배우다. 김의성은 <관상>, <용의자>, <26년> 등에서 뛰어난 악역 연기로 영화의 한 축을 든든하게 떠받쳐왔다. 최근 개봉한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에서도 ‘유일한 악역’인 홍재덕 검사를 맡았다.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김의성은 <소수의견>에서 홍 검사 역을 직접 골랐다. 여러 법조인 가운데 한 사람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홍 검사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홍 검사가 철거민의 편에 선 ‘윤진원 변호사’(윤계상)한테 국가를 위한 희생과 봉사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 대사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촬영 당일 제가 직접 그 대사를 고친 뒤 감독의 허락을 받아 연기했어요.”

“너무 매력적” 홍 검사역 직접 골라
‘26년’ 등 그동안 악역 전문 자처
“악역은 동기 뚜렷…다양한 연기 가능”

왜 그렇게 악역을 자처하는 걸까. “악역은 적극적이고,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요. 연기는 인물의 동기가 중요한데, 악역은 동기가 뚜렷하죠.” 착한 역할은 길이 정해져 있어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상해지는데, 악역은 표현할 방법이 많고 택할 길도 다양하다는 게 김의성의 설명이다.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년 개봉)의 괴물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와 같은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악역이면서도 그는 사회성 짙은 영화에서 경찰, 검사, 국정원 간부 등 권력을 휘두르는 쪽에 선다. “배우라는 직업은 수동적입니다. 고르는 게 아니라 골라지는 겁니다. 사회적 의미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에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을 찬양하는 영화라면 결코 하지 않겠지만….”

김의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광화문 1인시위를 벌여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배우도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발언을 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다만, 배우는 발언 방식에서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의성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도 무언가 말하고 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총연극회에서 연극을 했고, 졸업 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의 주인공으로 그 당시까지 한국영화에선 전혀 낯선 문법이었던 ‘홍상수 세계’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배우로서 늙어갈 용기가 없어” 연기판을 떠났고, 베트남에서 10년 넘게 사업에 매달렸다. 그러다 2011년 다시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을 통해,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아무런 보장도 없이 배우의 삶으로 되돌아왔다. “<북촌방향>을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안 했을까 싶었다. 젊어서는 연기로 내 삶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연기로 밥을 먹고 살려 한다.” 오랫동안 불화를 겪었던 아버지와 화해하면서 들은 한마디가 컸다. “야, 재미있게 살아.”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기고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관련 영상] 우여곡절 <소수의견> …“국가란 게 뭐요” / 잉여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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