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방영한 <성적욕망>의 한 장면.
‘20등 하던 애를 6개월 가르쳐 서울대 보냈다는 전설적인 강사’, ‘만점 찍어주는 강사’…. 입시 전문 학원에서 호객 행위를 하려는 홍보문구가 아니다.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방영한 <성적욕망>에서 진행자 강용석과 박지윤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학원 선생들을 소개한 방송멘트다. <성적욕망>은 ‘교육토크쇼’를 내세우며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2일까지 방영했다. 애초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한테 유명 강사들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제 방송은 ‘사교육 업체와 결탁한 사교육 홍보 방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사교육업체인 스카이에듀의 과목별 대표 강사 5명을 고정 출연시켰다. 국어, 영어, 수학 2명, 과학탐구의 강사가 나왔다. 강용석과 박지윤은 4회 동안 이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1타 강사(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완료되는 강사)”라고 추켜세웠다. 티브이엔 쪽은 “스카이에듀가 제작비의 일부를 댔다”고 밝혔다. 스카이에듀는 자사 누리집에 이들 5명을 ‘대치동 1타 라인업’이라고 소개하는 배너 광고를 올렸고, <성적욕망> 방영 관련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방영한 <성적욕망>의 한 장면.
프로그램 예고 방송에서는 “공부는 학생이 하지만 누가 판을 짜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며, 사교육 업체 강사들의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방송은 이런 ‘컨설팅’을 ‘맛보기’식으로 보여줬다. “서울대를 가려면 문과는 전국 수험생 40만명 중에 300등 안에 들어야 하고, 이과는 전국 15만명 중에 3000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식이다.
방송에선 “내가 찍으면 수능에 백프로 나오더라”, “6월 모의고사에서 내가 만든 교재에서 5문제가 똑같이 나왔다”는 등의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운 강사들의 자기 홍보성 멘트가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한 어머니가 우리 아이 과외해달라기에 거절하는 뜻으로 2000만원 달라고 했더니, 그거면 되겠냐고 얘기했다.” “한 기업 총수 오너가 사무실 하나 내줄테니 우리 아이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강사들이 방송에서 밝힌 체험담이다. 사교육 정보 제공을 빌미로 한 ‘노골적인 사교육 강사 띄우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 하다.
진행자도 ‘사교육 불안감’을 부추겼다. “요즘은 수행평가를 위해 줄넘기, 배구도 과외를 한다”는 한 패널의 말에 강용석은 “그거 잠깐 배우는 게 뭐가 과외냐”고 맞받았다. “‘돼지 엄마’가 이끄는 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우리 집사람이 돼지 엄마이고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는다”(강용석)는 얘기까지 나왔다.
“더이상 사교육 홍수 속에 돈낭비하지 마라. 성적에 목마른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고품격 교육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홍보문구가 무색한 내용들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성명서를 발표해 “이 방송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를 전달하며 불필요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며 “입시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 업자들의 영업을 이롭게 하는 홍보 도구로 방송이 활용되는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제작진은 “앞으로 교육 관련 유사한 프로그램 제작때 참고하겠다. 다양한 조언을 위해 다방면의 교육전문가를 모시겠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