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피디들 증언대회 열려
노동권 준수 등 대책 마련 촉구
노동권 준수 등 대책 마련 촉구
방송사 피디가 프리랜서(독립) 피디를 폭행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외주제작사 프리랜서 피디들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랫동안 방송가에서 관행처럼 고착된 ‘갑을관계’라는 문제점과 함께 최근 방송산업의 경쟁 격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엠비엔>(MBN)에서 새로운 교양 프로그램의 시사를 하던 가운데 엠비엔 피디가 외주제작을 맡은 프리랜서 피디를 때려서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던 사건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폭행 사건 자체는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외주제작사와 프리랜서 피디들의 모임인 한국독립피디협회는 “이 사건은 개인간의 사건이 아니라, 방송사와 독립제작사·독립피디 사이의 종속적이고 착취적인 관계에서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라며 사회적인 관심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 뒤 각 방송사 피디협회 등이 “엠비엔은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라”고 요구하는 1인시위에 동참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독립피디협회가 공동주최한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 실태 긴급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에서는 프리랜서 피디들이 익명으로 증언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방송사 피디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폭행한 사람과 계속 친하게 지내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그램에서 광고·협찬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제작에서 배제됐다”, “4~5명이 주말 내내 일했는데도 합쳐서 18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등의 증언들이 나왔다.
이날 증언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종편 출범, (케이블채널 18개를 가진) 씨제이이앤엠(CJ E&M)의 투자 확대로 외주제작 시장은 늘어가고 있지만,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률 경쟁 때문에 개별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방송사 정규직 피디가 외주제작사에 대해 ‘처벌과 보상’을 행하는 관리자 구실만 하게 되는 등 ‘종속관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강사는 “현재 방송법에 ‘독립제작사’에 대한 정의가 아예 없는데, 우선 이들에게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적 지위가 확보되어야 최저임금 등 노동권 준수를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또 방송사가 앞장서서 고용계약서 또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외주제작사들은 협동조합 설립 등으로 권리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대안도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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