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는 본격 정치 드라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가 정치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치는 대본으로 리얼리티와 재미를 한껏 높였다. 이번주 잉여싸롱에선 오랫동안 <한겨레> 정치부에서 국회를 취재했던 문화부 조혜정 기자와 함께 드라마와 현실정치를 놓고 수다를 떨어봤다.
이승한: 정치 문외한 진상필 의원이 최인경에게 정치의 기술을 배우는 동안, ‘의원급 보좌관’ 최인경은 진상필로부터 정치가 담아내야 할 진심을 배운다. 절실함 표현에 있어 국가대표 배우 정재영과, 정극과 시트콤을 넘나드는 톤 조율의 달인 송윤아가 그려내는 40대들의 성장기인 셈이다.
김선영: 그동안의 정치 드라마가 권력의지를 지닌 이들의 이야기였다면 <어셈블리>는 그 권력의지에 절박한 생존의지가 부딪히는 이야기다. 진상필의 정치입문은 대의나 신념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차원에서 출발한다. 생존이 곧 정치가 된 시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더 공감이 간다.
조혜정: 어떤 이들은 노동계 또는 여성계가 잘 되게 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적과 수단이 바뀐다. 국회의원이 되는 걸 최우선시한다. 대의를 내세우는 이들 중에 그런 경우가 많더라. 그런데 진상필은 “좋아하는 형을 위해서라도 난 잘해야 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라면 희망을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서정민: “계파는 장미꽃 가시와 같다. 달콤함에 취하면 영혼을 빼앗기게 된다”는 극중 대사가 있다. 현실정치에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자 의원들이 제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는 걸 보고 누가 배신자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엔딩곡으로 골랐다. “넌 웃고 있니/ 후회하게 될 거야.”(엄정화 ‘배반의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