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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8-16 18:47수정 2015-08-17 14:15

EBS <국제다큐영화제>의  출품작들.
EBS <국제다큐영화제>의 출품작들.
EBS ‘국제다큐영화제’ 올해로 12년
<교육방송>(EBS)의 <국제다큐영화제>가 올해로 12회째를 맞는다. 다큐멘터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영국의 영화감독 존 그리어슨이 주목한 것은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교회와 학교를 대신해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팽이의 별>을 만든 이승준 다큐멘터리 감독은 다큐의 교육적 유익함을 이렇게 말한다. “다큐는 계몽적이고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시의성이 없더라도 지속적인 교육자료로 활용될 여지도 크다.”

32개국 52개 작품 24일~30일
EBS·극장 등서 출품작 볼 수 있어
올해는 ‘노년 삶’ 다룬 작품 많아

일회성 지원 벗어나 다큐 활성화
참가국 늘며 출품작 수준 높아져
“5년 뒤 보는 장기계획 수립 필요”

EBS  포스터.
EBS 포스터.
교육방송이 다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4년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국제다큐영화제를 이어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해는 24~30일 열린다. 81개국 805편 중에서 선정한 32개국 52개 작품이 티브이와 극장 5곳(이비에스 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미로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1·2관)에서 상영된다. 총 5개 섹션(경쟁 1개, 비경쟁 4개)으로 나뉜다.

신용섭 교육방송 사장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올해 주제는 ‘세상과 통하다’이다.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파편화돼 가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고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드는 데 다큐멘터리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12년 다큐 변화가 오롯이 국제다큐영화제는 지난 12년 다큐 양식의 속살을 오롯이 반영해왔다. 다큐가 주목해온 관심사와 제작방식의 변화가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올해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29일 밤 9시50분), <노인들의 계획>(24일 오후 2시40분) 등의 작품이 노년의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특히 3D 프린터 혁명이 가져올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그린 <3D 프린팅: 전설을 만들다>(29일 밤 11시25분)나, 최근 활용 폭이 커진 드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드론>(30일 오후 3시30분)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국제다큐영화제>를 담당한 권혁미 프로그래머는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다큐 제작 장비와 소재, 접근법의 변화 등이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드러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인트 앤 슛>은 몸에 장착하는 카메라인 ‘고 프로’(Go Pro)를 사용해 지금껏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뛰었던 촬영 방식과의 차이를 보여줬다. 올해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틀을 깨고 타 매체와 융합하는 시도가 늘었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를 접목한 <홀로코스트의 아이들>(25일 낮 12시10분),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퀸 오브 사일런스>(27일 낮 1시35분) 등이 눈길을 끈다.

■ 될까? 우려 딛고 우뚝… 질도 양도 업! 1회 때 129편에 그친 출품작은 올해 800편을 넘어섰다. 초창기엔 인지도가 낮아 담당자들이 필름페스티벌 등 각종 영화제를 찾아다니고, 다른 나라 영화제에 출품한 명단을 입수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작품을 수소문했다. 지금은 자발적인 출품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2회 27개국이었던 참가 나라도 82개국으로 늘었다. 미국 등 다큐 강국 외에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우루과이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작품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시리아 내전을 담은 <홈스는 불타고 있다>가 화제를 모았는데, 올해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시티즌포>도 소개된다. 다큐 유망주로 주목받는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티타임>(25일 밤 11시5분)도 기대를 모은다. <트루맛쇼> 등을 만든 김재환 다큐멘터리 감독은 “다큐영화제는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 다양한 다큐를 접하고, 이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예술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게 하는 통로 구실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 다큐 시장 활성화도 나선다 올해부터는 영화제가 끝난 뒤 영화제에서 제작비 지원을 받은 작품들은 <교육방송>의 다큐프로그램인 <다큐프라임>에서도 출품작을 방영한다. 또 지난 7월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전용 브이오디 서비스인 ‘디-박스’(D-BOX)를 만들어 다큐영화제에서 소개된 다양한 다큐를 다시 내보내고 있다. 영화제에서 일회성 상영에 그쳤던 것을 모바일 등에서 계속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52편 정도가 서비스되고 있고, 영화제가 끝나면 37편이 추가된다. 누적되다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다큐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다큐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영화제 쪽 설명이다. 다큐 영상 관련학과 학생들한테 실무 제작 과정을 교육하는 ‘독 캠퍼스’, 세계적인 다큐 전문가들의 강연과 서울역사박물관 야외광장 등에서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이승준 감독은 “외국 영화제에 가서 이야기하면 방송사가 주축이 되어, 티브이와 영화관을 연계한 다큐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듣고 놀라고 신선해한다. 그러나 국제다큐영화제가 방송사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서 장기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 같다. 더 발전하려면 인력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5년 후 등을 바라보고 계획을 잡고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알짜만 보고 싶다면

“출품작 52편을 언제 다 챙겨보나”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맹수진 프로그래머와 김훈석 피디가 꼭 봐야 할 5편을 추천했다. 경쟁부문 출품작(페스티벌 초이스)은 제외했다. 국제다큐영화제는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와 비경쟁 부문인 포커스, 월드 쇼케이스, 아시아의 오늘,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로 나뉜다.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는 영화제 마지막날 심사를 거쳐 대상 등을 선정한다.

<시티즌포>
<시티즌포>
세상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시티즌포>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 2014년. 독일 외.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전 국가안보국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다. 스노든이 홍콩에 건너가 호텔에 숨어 지내면서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한테 국가안보국의 행태를 폭로하는 상황을 그린다. 거대 미국 정부에 작은 돌을 던지는 스노든의 용기가 큰 울림을 준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극장에서만 상영)

<스피드 시스터즈>
<스피드 시스터즈>
무기력하다면 <스피드 시스터즈>
앰버 파레스 감독. 2015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

팔레스타인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중동 최초의 여성 카레이싱팀 ‘스피드 시스터즈’의 도전을 그린다. ‘스피드 시스터즈’는 2009년 창단 당시 비난의 목소리도 컸지만, 지금은 이들을 보려고 수백명이 모일 정도로 팔레스타인의 아이콘이 됐다. 남성 중심의 팔레스타인 사회와 이슬람 문화에서 금발머리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그들에게 열광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열광의 이면에는 눈물과 땀이 있다.그들의 도전이 나태해진 나를 돌아보게 한다.(극장에서만 상영)

<행성, 지구>
<행성, 지구>
영상미가 돋보여 <행성, 지구>
가이 리드 감독. 2015년. 영국.

지구를 담은 다큐는 많았다. 김훈석 피디는 “내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를 느낄 수 있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한다. 인간의 미래를 생물학적 종의 관점에서 탐구한 내용이 신선하다. 모든 생물은 서로 이어져 있고, 인간 역시 행성의 일부이니 이기적인 마음을 갖지 말라고 한다. 인간을 둘러싼 세계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질문하며, 나의 존재를 새삼 곱씹게 한다.(29일 저녁 8시20분)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가상+현실 형식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말리카 주할리 워럴 감독. 2015년. 미국.

김훈석 피디는 “게임이라는 사이버 공간과 현실을 결합한 시도가 좋았다”고 했다. 컴퓨터 게임 회사의 프로그래머인 아빠 라이언은 한살배기 아들 조엘이 말기 암 진단을 받자 아들을 위한 비디오 게임을 만든다. 아빠와 아들 등 실제 가족이 게임 캐릭터로 나와 가족이 처한 상황을 게임을 하는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준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과 병마와 싸우는 조엘, 그리고 가족의 모습 등이 뭉클하고 짠하다.(30일 오후 2시10분)

<먹을래? 먹을래!>
<먹을래? 먹을래!>
‘먹방’보다 먼저! <먹을래? 먹을래!>


그랜트 볼드윈 감독. 2014년. 캐나다.

‘먹방’이 유행인 요즘, 요리 프로그램에 군침 삼키기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꼬집는다. 재료든 만들어진 요리든 음식의 50%가 폐기된다는 것이다. 다큐에 나오는 두 인물, 젠과 그랜트는 식료품 구매를 중단하고 대신 농장과 소매점에서 버려질 처지에 놓인 음식으로 생활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낭비되는 음식물의 이미지는 충격적이면서도 강렬하다고 한다.(30일 오후 4시55분)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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