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맨들의 티브이 밖 창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얻어도 저작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광섭과 홍순목은 <차이나타운> 등 여러 영화를 개그로 바꾼 <대박극장>을 12월31일까지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상연중이다. 지난해 포장마차에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창작물인 연극 <대박포차>가 인기를 끈 뒤 탄력을 받아 <대박극장>에 도전했다. 김기리·류근지·김성원·서태훈은 꽃미남 개그맨들이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펼치는 다양한 개그쇼인 <이리오쇼(show)>를 선보이고 있다. 부산, 아산 등에 이어 9월1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다. 김원효와 정범균은 <해피바이러스 콘서트>를 11월21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연다. 윤형빈은 부산에 이어 서울 홍대에 ‘윤형빈 소극장’을 열고 개그맨 김지호·박휘순 등과 <관객과의 전쟁>(10월31일까지) 등 다양한 공연을 꾸리고 있다.
플랫폼도 다양해진다. 김병만은 티브이에서 사라졌던 개그맨들과 함께 웹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다. 웹드라마처럼,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으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이광섭은 “아프리카 티브이에서 개그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대부분 적자다. <이리오쇼> 팀은 개그맨 4명이 제작비를 십시일반 모았다. 류근지는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고 웃겨도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그맨으로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 발전시키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티브이 중심의 개그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개그맨들의 인식이 깔려 있다. 개그맨 스스로 다양하게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인 것이다. 김지호는 “방송은 제작진한테 검사를 맡고 통과되어야만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는데, 소극장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선보이며 콘텐츠 실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7년간 고군분투해 해외에서 인정받는 팀이 된 논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 쪽은 “방송 개그뿐 아니라 공연 위주의 다양한 개그가 발전하려면 개그맨들 스스로 티브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