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박혁권 “길태미,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역할…자신 없었다”

등록 2015-10-18 10:12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박혁권). SBS 제공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박혁권). SBS 제공
SBS ‘육룡이 나르샤’서 1인2역 화제…“욕 안먹어서 다행”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에 앞서 욕을 안 먹어서 다행이에요. 진짜 욕 안 먹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했거든요.”

결국, 이런 날이 왔다. 야금야금 존재감을 발휘하더니,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는 순간이 온 것이다.

배우 박혁권(44)이 SBS TV ‘육룡이 나르샤’에서 펼치는 1인2역으로 10월의 시작과 더불어 방송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제외하고, 현재 방송가 가장 핫한 인물은 박혁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4회 방송됐을 뿐인데 박혁권이 창출한 길태미와 길선미의 1인2역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여말선초, 부패한 권력의 경박한 칼잡이 하수인 길태미와 초야의 진중한 무림고수인 그의 쌍둥이 형 길선미의 1인2역을 오가는 박혁권을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길태미의 연기를 보는 것만큼 재미있었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그러게요.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운대가 잘 맞은 것 같다. 길태미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역할이라 정말 부담이 컸고 자신이 없었다. 5일째 촬영하던 날 PD님한테 그만둬야겠다고 말해야 하나 정말 고민했다. 이렇게 자신 없는 상태에서 끝까지 가느니 지금이라도 빠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 아예 못한다고 하는 게 차라리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5일 지나니 이젠 빠질 수 없는상황이 됐다.

--뭐가 그렇게 자신 없었나.

△작가님들도 머릿속에서만 그린 역할이지 길태미의 실체는 누구도 보지 못한 거였다. 느낌상으로 어땠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할 뿐이지. 너무 고민을 해서 잔뜩 위축이 됐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위축된 것은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자신 없어 하니까 신경수 PD님이 많이 독려해주고 끌어주셨다. 캐릭터의 그림이 명확하게 서야 연기를 하는 편인데 그림이 안 서니 미치겠더라.

 

1인2역도 처음인 데다, 길태미는 여성적이면서도 코믹한 부분도 있어야 하고, 또 검객으로서는 무게감도 있어야 하니 어려웠다. 특히 드라마 초반은 아역들이 등장하니 길태미가 재미라는 요소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해 부담스럽더라. 나는 원래 분위기를 낮추는 코미디를 하는데 길태미는 띄워 주는 코미디를 해야 해서 그것도 과연 잘하는 것인지 자신 없었다. 대본 연습 첫날 내가 하도 자신없어 하니까 작가님이 ‘정 힘들면 여성스러운 부분은 빼도 된다’고 하셨을 정도다.

--어떻게 적응했나.

△길태미가 초지일관 일관성이 있는 인물이 아니니까 일관성 없음을 일관성으로 소화하자 싶었다.(웃음) 그냥 까불 때는 까불고, 싸울 때는 싸우고 하는 거다. 까불다가 갑자기 정색하고 싸우면 그것 또한 얼마나 웃길까 걱정했는데 그냥 길태미니까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기로 했다. 헤매다가 운 좋게 얻어걸린 셈이다.

 

--화려한 화장이 화제다. 특히 아이섀도 색깔이 인상적이다.

△분장팀도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조심스러워했다. 그래서 아이섀도 색깔을 비롯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보라색도 써보고 파란색도 써보고, 이렇게도 화장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다들 조심스러워하면서 조금씩 바꿔가며 맞춰나갔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하나씩 정리가 된거다. 지금도 길태미로 분장한 내 모습을 보면 어색하다.(웃음) 분장 시간은 처음 2시간에서 요즘은 1시간 40분으로 조금 줄었다.

 

--길태미의 덩실덩실 코믹한 춤사위도 화제가 됐다.

△요즘 내가 술자리에서 까불 때 추는 춤을 좀더 연습해서 발전시킨 춤이다. 내 독창적인 댄스라고 할 수 있다.(웃음) 사실 대본 지문에는 엄정화의 ‘몰라’ 댄스처럼 추라고 돼 있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니까 내가 가져다 쓸만한 동작이 없더라.

그래서 내가 개발한 춤을 발전시켰다. 이렇게 반응이 있을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인겸 역 최종원에게 투정부리고 면박당하는 연기도 재미있다.

△사실 초반에는 내가 너무 못해서 다시 찍은 장면이 꽤 된다. 내가 너무 위축돼 있어서 연기가 잘 안 풀렸다. 최종원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다. 선배님과 PD님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못해냈을 거다.

 

첫방송 나가고 반응이 좋자 신 PD님이 내게 전화해서 “정말 보람 있다”고 했는데 다행이다. 내가 하도 어려워하니까 PD님도 걱정 많았을텐데 욕 안 먹어서 다행이다.

--길태미 연기를 하다가 길선미로 변신하니까 어땠나. 화장 지운 길선미의 모습이 ‘청초’하다는 반응도 있다.

△헐…. 어떻게 그런 반응이….(웃음) 사실 촬영은 길선미를 먼저 했다. 비교적 무난한 역할이니 길태미보다는 편했다. 그래도 1인2역이 처음이라 잘 해야한다는 부담이 컸다. 이걸로 밥 먹고 사는데 기본은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삼한제일 검객이라는 점은 물론 좋다. 평소 더 나이 먹기 전에 진한 액션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이 드라마 끝나고 제대로 된 몸으로 하는 액션 한번 해보고 싶다.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마의’ 등 사극을 계속해왔다.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차이가 있을까.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정인지를 연기했지만, 가공의 인물이라고 해서 큰 차이는 없다. 실존 인물이라고 해도 오래전 과거의 인물이고, 기본적으로 배우에게는 대본이 1차 텍스트이기 때문에 대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본다. 특히 이번에는 대본만 가지고도 버겁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보다는 나는 내가 기본적으로 사극에 안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해왔다. 내 연기가 사극과는 잘 안 맞는다고 느껴왔고, 나만 동동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육룡이 나르샤’도 신 PD님이 아니었으면 안 했을 것이다. 앞서 ‘뿌리깊은 나무’와 ‘쓰리 데이즈’ 등으로 호흡을 맞추며 쌓은 신뢰가 있어서 PD님 믿고 이번 드라마 하게 됐다. 내게는 굉장히 고마운 분이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