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도 너무 뻔한 공식들
출생의 비밀, 불륜만큼이나 한국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데 요긴한 방식이라지만, 뻔해도 너무 뻔하다!
■ 모든 비밀은 엿듣기로 알려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드라마에서는 경쟁자들이 엿듣는다. <내 딸, 금사월>(문화방송)에서는 신득예(전인화)가 남편과 관련있는 고아원 붕괴 사고의 진상을 파헤치려고 누군가와 통화하는 내용을 최마리(김희정)가 엿듣는다. 신득예는 남편한테 복수하려고 마음을 숨긴 채 참고 사는 인물. 최마리는 남편의 전 부인으로 신득예를 내쫓을 궁리만 한다. <애인있어요>(에스비에스)의 강설리(박한별)는 남자친구 최진언(지진희)의 전 부인인 도해강(김현주)이 중국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엿보기로 알게 된다. 도해강의 시아버지 최만호(독고영재)가 서재에서 집어던진 도해강의 여권이 하필 엿보고 있던 강설리의 눈앞에 떨어진 것이다. 17일 방송에서는 엿듣기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한회에 두번이나 나왔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비밀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을 개연성 있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등 단번에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엿듣기, 엿보기의 남발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시청자는 김이 샌다.
■ 우연히 자꾸 만난다 2010년 영국 <데일리 메일>은 한 수학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완벽한 짝을 만날 확률은 28만5000분의 1, 즉 0.0000034%”라고 했다. 하지만 남녀 주인공들이 죄다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부르짖는다는 점에서 드라마 속 ‘완벽한 짝’을 만날 확률은 100%인 셈이다. 완벽한 짝짓기의 기본은 우연의 연속이다. 드라마에서는 한번 스치고 지나는 인연이 없다. 주인공들은 어딜 가도 만난다. <애인있어요>에서 기억을 잃은 도해강과 전남편 최진언은 집 앞에서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며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 알고 보니 아는 사람 세상 어찌나 좁은지, 알고 보면 다들 얽히고설켜 있다. <부탁해요, 엄마>(한국방송2)에서는 이형순(최태준)이 운전기사로 취직한 집이 알고 보니 여자친구 집이고, 그 집에는 엄마가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예뻤다>(문화방송)는 김혜진(황정음)이 취직한 잡지사 부편집장이 하필 첫사랑이다. 김혜진의 직장 선배인 김신혁(최시원)은 김혜진의 친구인 민하리(고준희)가 일하는 호텔에 묵고 결국 넷은 얽히고설킨다. <애인있어요>도 기억을 잃고 사라진 도해강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강설리의 오빠와 살게 된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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