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드라마 ‘용팔이’.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10월 끝난 <용팔이>(에스비에스)의 평균 시청률은 16.4%(이하 티엔엠에스 집계)였다. 올해 방영한 평일(월화·수목) 미니시리즈 20편(방영중인 것은 제외) 중 유일하게 평균 시청률 15%를 넘겼다. <킬미힐미>(문화방송), <가면>(에스비에스) 등 10%를 기록한 드라마도 4편뿐인 가운데, ‘잭팟’이 터졌다.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가 평균 시청률 15%를 넘긴 건 2014년 2월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에스비에스·22.6%)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용팔이>를 시작으로 드라마 시청률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용팔이>의 반짝 인기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예뻤다>(아래·문화방송)까지 10월22일 방송이 17.2%를 찍으면서 방송사는 고무됐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지상파를 떠난 줄 알았던 시청자들이 재미있으면 돌아온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뻤다>는 평균 시청률은 12%(11월5일 방영분까지)이지만, 9회부터 줄곧 15%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드라마들이 대부분 한자릿수로 고전했던 것에 견주면 분명한 변화다.
2010년 이후 지상파 전체 시청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미니시리즈의 주요 타깃층이었던 20~40대 시청률이 떨어졌다. <용팔이>와 <그녀는 예뻤다>는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용팔이>는 10~60대 이상의 남자 전 연령대에서 올해 방영한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에 견줘 시청률이 2배 이상 올랐다. 남자 50대가 4.6%에서 11.2%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연령대별 평균 시청률에 견줘 여자 20대(3.9%→6.4%)의 시청률 상승폭이 가장 컸다.
떠났던 이들을 다시 불러온 두 드라마의 매력은 빠른 전개와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장치를 곳곳에 심어둔 데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문화방송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그녀는 예뻤다>는 나 같은 평범한 주인공의 등장이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고, 멜로에 코믹을 접목하고 비밀을 숨겨두는 식의 장치와 촘촘하게 잘 만든 구성이 뻔한 로맨틱 코미디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의 한 피디도 “<용팔이>는 김태희라는 배우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기존 미니시리즈와는 다른 빠른 전개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둘 다 통상적 전개의 틀을 깼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지상파 3사 평일 미니시리즈 시청률은 수치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8%대이지만, 하반기에 <용팔이>와 <그녀는 예뻤다>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상승세를 타면, 내년에는 20%를 찍는 미니시리즈가 등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매체 다변화로 지상파 시청층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 자체가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 화젯거리를 찾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화방송은 <그녀는 예뻤다>의 인기에 예정됐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률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용팔이>나 <그녀는 예뻤다>와 비슷한 드라마만 쏟아져 미니시리즈가 획일화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문화방송 드라마 관계자는 “<용팔이>가 잘되면서 대작 드라마나 장르물을 편성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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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방송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