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 붐 6년의 현주소
지난 10월3일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한국방송2)에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2009년 <슈퍼스타 케이(K)>(슈스케) 시즌1 준우승자 조문근이다. 타악기 젬베를 치며 노래하던 그의 가공되지 않은 목소리는 아이돌 중심인 한국 음악계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음악계는 “이런 가수가 있어야 한다”며 오디션 프로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랬던 조문근이 6년 뒤 다시 오디션 프로에 출연했다. 그는 “내가 밴드를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서, 다시 알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본선 진출자 140명중 절반이
데뷔 음반으로 발라드·댄스 선택
개성 살린 뮤지션으로 성장한 건
버스커버스커·이하이 등 극소수 홍보활동 등 뒷받침에 미래 달려
‘3대 기획사’ YG·SM·JYP 계약 쏠림
“장르 세분화 기여 취지 살리려면
다양한 기획사에 참여 기회 줘야” 같은 해 톱10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심을 끌었던 김현지는 지난 10월 스스로 세상과 인연을 끊었다. <슈스케>이후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2010년 음반 발매에 이어 2011년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그러나 2013년 다시 <엠넷>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 출연했다. 그는 당시 “<슈스케>탈락 이후 회사와 계약했는데 잘 안 됐고, 무대에 정말 다시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9년 <슈스케>를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가 붐을 이뤘다. <위대한 탄생><보이스 오브 코리아><케이(K)팝스타><코리아 갓 탤런트>등 우후죽순 쏟아졌다. 국민 25명 중 1명꼴로 지원했다. 방송사들은 개성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독특한 음색과 개성으로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호평을 받으며 준우승을 해도 다시 돌고 돌아 오디션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는 게 현실이다. 오디션 탄생 6년, 뒷걸음질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 발라드·댄스 장르 편향 가수 등용문은 맞다. <한겨레>가 지금껏 방영한 <슈스케>(시즌1~6)와 <케이팝스타>(시즌1~4), <위대한 탄생>(시즌1~3) 본선 진출자 140명을 조사했더니, 대부분 기획사에 들어갔고, 약 100명이 개인 음반을 내고 데뷔했다. 그러나 장르 편중 현상이 뚜렷했다. 100명 중 70명이 차고 넘치는 발라드와 댄스였다. 그중 7명은 아이돌로 데뷔했다. 독특한 음색으로 인기를 얻었던 강승윤은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그룹 위너가 됐다. 오디션 때마다 심사위원들이 극찬하는 포크는 6명, 아르앤비 &솔은 9명뿐이었다. 가수를 뽑아놨는데, 오롯이 노래로 인정받고 인기를 끈 건 버스커버스커, 이하이 등 10명도 채 안 된다. <슈스케>시즌2 준우승자 존박과 시즌4 정준영(3위)은 음악보다는 예능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슈스케>시즌1 우승자 서인국은 드라마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고, <위대한 탄생>시즌1 손진영도 배우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 <슈스케>시즌1의 박세미는 2011년 아이돌 쥬얼리의 새 멤버로 데뷔했다가 팀 해체 이후 현재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다. ■ 개성도 큰 회사에서 먹힌다? 오디션 프로가 활성화되면서 기획사의 양극화 현상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중심의 거대 기획사가 손을 뻗지 않은 다양한 장르의 실력자들이 발굴되면 기획사별 색깔도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는 거대 기획사에 개성 강한 실력자들까지 밀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본선 진출자 140명 중에서 와이지, 에스엠(SM), 제이와이피(JYP)와 계약한 가수는 20명 정도인데 실력파들이 대거 몰렸다. 그나마 <케이팝스타>시즌3부터 유희열이 심사위원으로 나오면서 안테나뮤직 등 색깔 다른 기획사와의 계약도 늘었다. 또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어느 소속사에 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엇갈린 결과가 낳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선 진출자 대부분이 프로그램 이후 저마다 소속사를 찾아가긴 했지만, 수년이 지난 뒤에는 희비가 엇갈린 속에서 방황의 길로 접어드는 이들이 많았다. 장재인도 처음 계약한 기획사를 떠나 2013년 미스틱에 들어온 이후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소속사와 계약한 이들이 음반을 제대로 못 내거나 내더라도 홍보 활동 등이 미미하니까, <케이팝스타>이후 큰 회사를 찾으려는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 제2, 제3의 악동뮤지션 나오려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을 살리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진짜 가수보다는 스타가 되려는 참가자들이 많고, 소속사에서도 오디션 프로의 인기에 기대어 우후죽순 계약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계약 과정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기획사에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오디션 프로 출연자는 “음원 수익만을 노리고 디지털 싱글만 발매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곳도 있다. 음원 판매 수익을 배분해주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수들한테 오디션 프로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악동뮤지션이나 이하이 등 실력도 있고 그들의 실력을 잘 서포트해 줄 기획사를 찾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자신을 향한 환호가 데뷔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착각에 빠져 사는 이들도 많다. 또다른 오디션 출연자는 “사람들이 알아봐 줘서 들떠 있었는데 인기가 사그라지니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성훈 <케이팝스타>피디는 “정상의 문턱에서 떨어진 사람의 경우 아쉬워서 오디션 프로에 다시 나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기능을 부정할 순 없다. 박성훈 <케이팝스타>피디는 “악동뮤지션 등이 메이저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봤다면 발탁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가수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한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김예림, 장재인 등 단순히 댄스, 발라드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이들의 음악을 알림으로써 포크 발라드, 아르앤비 발라드 등 장르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장점을 살려 오디션 프로가 진짜 가수를 찾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돌 중심의 거대 기획사에 편중된 계약의 문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안테나뮤직 외에도 더 다양한 레이블이 참여해 특색있는 신인들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데뷔 음반으로 발라드·댄스 선택
개성 살린 뮤지션으로 성장한 건
버스커버스커·이하이 등 극소수 홍보활동 등 뒷받침에 미래 달려
‘3대 기획사’ YG·SM·JYP 계약 쏠림
“장르 세분화 기여 취지 살리려면
다양한 기획사에 참여 기회 줘야” 같은 해 톱10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심을 끌었던 김현지는 지난 10월 스스로 세상과 인연을 끊었다. <슈스케>이후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2010년 음반 발매에 이어 2011년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그러나 2013년 다시 <엠넷>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 출연했다. 그는 당시 “<슈스케>탈락 이후 회사와 계약했는데 잘 안 됐고, 무대에 정말 다시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9년 <슈스케>를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가 붐을 이뤘다. <위대한 탄생><보이스 오브 코리아><케이(K)팝스타><코리아 갓 탤런트>등 우후죽순 쏟아졌다. 국민 25명 중 1명꼴로 지원했다. 방송사들은 개성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독특한 음색과 개성으로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호평을 받으며 준우승을 해도 다시 돌고 돌아 오디션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는 게 현실이다. 오디션 탄생 6년, 뒷걸음질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 발라드·댄스 장르 편향 가수 등용문은 맞다. <한겨레>가 지금껏 방영한 <슈스케>(시즌1~6)와 <케이팝스타>(시즌1~4), <위대한 탄생>(시즌1~3) 본선 진출자 140명을 조사했더니, 대부분 기획사에 들어갔고, 약 100명이 개인 음반을 내고 데뷔했다. 그러나 장르 편중 현상이 뚜렷했다. 100명 중 70명이 차고 넘치는 발라드와 댄스였다. 그중 7명은 아이돌로 데뷔했다. 독특한 음색으로 인기를 얻었던 강승윤은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그룹 위너가 됐다. 오디션 때마다 심사위원들이 극찬하는 포크는 6명, 아르앤비 &솔은 9명뿐이었다. 가수를 뽑아놨는데, 오롯이 노래로 인정받고 인기를 끈 건 버스커버스커, 이하이 등 10명도 채 안 된다. <슈스케>시즌2 준우승자 존박과 시즌4 정준영(3위)은 음악보다는 예능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슈스케>시즌1 우승자 서인국은 드라마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고, <위대한 탄생>시즌1 손진영도 배우로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 <슈스케>시즌1의 박세미는 2011년 아이돌 쥬얼리의 새 멤버로 데뷔했다가 팀 해체 이후 현재 뮤지컬에 출연하고 있다. ■ 개성도 큰 회사에서 먹힌다? 오디션 프로가 활성화되면서 기획사의 양극화 현상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중심의 거대 기획사가 손을 뻗지 않은 다양한 장르의 실력자들이 발굴되면 기획사별 색깔도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는 거대 기획사에 개성 강한 실력자들까지 밀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본선 진출자 140명 중에서 와이지, 에스엠(SM), 제이와이피(JYP)와 계약한 가수는 20명 정도인데 실력파들이 대거 몰렸다. 그나마 <케이팝스타>시즌3부터 유희열이 심사위원으로 나오면서 안테나뮤직 등 색깔 다른 기획사와의 계약도 늘었다. 또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어느 소속사에 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엇갈린 결과가 낳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선 진출자 대부분이 프로그램 이후 저마다 소속사를 찾아가긴 했지만, 수년이 지난 뒤에는 희비가 엇갈린 속에서 방황의 길로 접어드는 이들이 많았다. 장재인도 처음 계약한 기획사를 떠나 2013년 미스틱에 들어온 이후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소속사와 계약한 이들이 음반을 제대로 못 내거나 내더라도 홍보 활동 등이 미미하니까, <케이팝스타>이후 큰 회사를 찾으려는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 제2, 제3의 악동뮤지션 나오려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을 살리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진짜 가수보다는 스타가 되려는 참가자들이 많고, 소속사에서도 오디션 프로의 인기에 기대어 우후죽순 계약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계약 과정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기획사에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오디션 프로 출연자는 “음원 수익만을 노리고 디지털 싱글만 발매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곳도 있다. 음원 판매 수익을 배분해주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수들한테 오디션 프로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악동뮤지션이나 이하이 등 실력도 있고 그들의 실력을 잘 서포트해 줄 기획사를 찾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자신을 향한 환호가 데뷔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착각에 빠져 사는 이들도 많다. 또다른 오디션 출연자는 “사람들이 알아봐 줘서 들떠 있었는데 인기가 사그라지니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성훈 <케이팝스타>피디는 “정상의 문턱에서 떨어진 사람의 경우 아쉬워서 오디션 프로에 다시 나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기능을 부정할 순 없다. 박성훈 <케이팝스타>피디는 “악동뮤지션 등이 메이저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봤다면 발탁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가수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한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김예림, 장재인 등 단순히 댄스, 발라드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이들의 음악을 알림으로써 포크 발라드, 아르앤비 발라드 등 장르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장점을 살려 오디션 프로가 진짜 가수를 찾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돌 중심의 거대 기획사에 편중된 계약의 문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안테나뮤직 외에도 더 다양한 레이블이 참여해 특색있는 신인들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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