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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여성 아이돌 ‘본분 금메달’ KBS프로에 누리꾼들 분개

등록 2016-02-11 16:06수정 2016-02-12 14:23

바퀴벌레 모형 줘 놀라는 모습이 재미인양 담고
한겨울 옥상에서 춤추게 하며 몰래 몸무게 재고
분노 일으키는 상황 만들고 분노조절 테스트
누리꾼들 “고통받는 모습 보고 즐거워해야 하나”
“아이돌 데려놓고 품평…공영방송이 성 상품화”
“대체 여성 ‘아이돌의 본분’이란 게 뭔가요? 벌레를 보고 놀라도 웃어야 하고, 몸무게도 공개해야 되나요? 굉장히 불편한 방송입니다.” (이**)

“여자 아이돌 데려다놓고 품평하는 방송이라니, 여성을 상품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공영방송 맞나요?” (박**)

“타인이 당황하고,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인가요? 이건 건강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유쾌함이 아닙니다.” (윤***)

<한국방송(KBS)>이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본분금메달’(연출 최승희)의 시청자 게시판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밤 방영된 본분올림픽은 공식 누리집에 “베일에 싸인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돌을 통해 화려한 이면의 진솔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날 방송에는 3명의 남성 진행자와 EXID 하니·솔지, AOA 지민, 애프터스쿨 리지, 여자친구 유주, 트와이스 다현·정연 등 여성 아이돌 가수 수십명이 출연했다. 방송은 △상식테스트 △섹시 댄스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상식테스트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미지 관리를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였다. 제작진은 퀴즈로 출연자에게 바퀴벌레 다리 개수를 묻고, 출연자가 생각하는 사이 바퀴벌레 모형을 팔에 올렸다. 출연자들은 울상을 짓기도 했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모습은 느린 화면으로 재생됐고 여과없이 방송됐다.

두 번째 섹시 댄스 테스트에서 제작진은 방송국 옥상에 무대를 만들고 출연자들을 춤추게 했다. 출연자들은 영하의 날씨 속에 얇은 의상을 입고 춤을 췄다. 제작진은 무대와 체중계를 연결해두고, 출연자들의 실제 몸무게를 측정했다. 제작진은 “아이돌은 정직해야 한다”면서 출연자가 작성한 프로필 몸무게와 실제 체중을 공개했다.

마지막 집중력 테스트는 분노 조절 테스트를 내세웠다.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캔 열 개 쌓기를 주문하고 의도적으로 방해하면서 반응을 살폈다. 카메라 감독 등 스탭들은 출연자가 쌓아올린 캔이 무너지도록 했다. 제작진은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뒤, 출연자가 어떤 표정을 짓고 푸념을 내뱉는지 지켜봤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아이돌의 본분’은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여성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이었을까?

방송을 지켜본 여러 누리꾼들이 분개했다. 트위터 이용자 티벳여우(@xlqptdudn)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KBS ‘본분올림픽’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돌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면서 갑자기 벌레 모형을 던져도 놀라서 흉한 표정 짓지 않기, 영하 13도에 옥상에서 섹시 댄스 대결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작진부터 공영방송의 본분을 잊은 듯하다. 제작진이나 중년 남성으로 구성된 진행자 3인방이 아무리 불쾌한 상황을 만들거나 심지어 속여도 여자 아이돌은 늘 불만 없이 방긋 웃어야 한다. 젊은 여자인 을은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없다”고 씁쓸한 시청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류***?(@in***)도 “왜 ‘여자’ 아이돌들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굴고 놀래키면서 그 와중에도 예뻐야 하는 걸 본분이라고 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프로그램 누리집에 마련된 시청자 참여 게시판(▶바로가기)에도 방송 내용을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라 올랐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의 본분은 어디로 날려버렸나요? 약한 사람을 상대로 제작진이 ‘갑질’하는 걸 봐야겠습니까?” (전**), “여성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공영방송의 수준이군요. 수신료까지 받으면서 수신료가 너무 아깝네요.” (신**), “정말 저급한 방송이네요. 정규 편성하지 않길 바랍니다. 요즘 케이블TV도 이렇게 만들지 않습니다.” (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불쾌한 방송이었습니다. 제작진의 본분뿐만 아니라 출연진을 속이는 등 정직성이 부족한 건, 제작진 같습니다. 다신 이런 수준 낮은 방송 나오지 않게 반성하셨으면 좋겠네요” (최***)라는 시청 소감을 남겼다.

이에 대해 본분올림픽 연출을 맡은 최승희 피디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아이돌을 상품화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본분금메달’은 파일럿이기 때문에 한 번에 임팩트를 남겨야 하는 측면이 있어서 과했을 수도 있지만, 재미있고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본분금메달’, 성 상품화 NO. 매력 극대화 시간)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본분금메달’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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