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투애니원의 공민지가 팀에서 탈퇴한다는소식이 최근 화제였다.
투애니원은 2009년 데뷔해 K팝 대표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멤버들의 개별 활동과 박봄의 구설 등으로 팀 활동이 2년간 중단된 상태였다. 특별한 활동 없이 2년을 흘려보낸 공민지는 5월 5일 전속계약 종료에 앞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논의 끝에 독자 노선을 택했다.
2009년에는 투애니원을 비롯해 비스트, 엠블랙, 포미닛, 시크릿, 에프엑스, 애프터스쿨, 티아라, 레인보우 등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왔다. 팀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한 표준계약서를 쓴 그룹들은 만 7년이 되는 올해가 계약 만료 시점이다.
이들 그룹 중에는 이미 멤버 탈퇴를 겪은 팀도 있고, 일부에선 멤버 간 불화설·재계약 불투명설 등 잇단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 그룹들로 인해 예전보다 기세도 한풀 꺾였다.
이 때문에 과거 아이돌 그룹에게 ‘5년 징크스’란 말이 따라붙었지만 이젠 ‘7년 징크스’란 말이 익숙해졌다. 소속사와 재계약 시점인 데뷔 7년이 고비라는 의미다.
◇ 비스트·시크릿 등…재계약 시점, 탈퇴 겪거나 불화설도 투애니원 뿐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 선 팀이 여럿이다. 이들의 선택은 아이돌 시장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스트는 오는 10월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된다. 여전히 팬덤이 탄탄한 팀답게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소속사는 “멤버들과 재계약 논의를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문제는 최근 터져 나온 장현승의 탈퇴설이다. 장현승이 무대에서 성의없는 태도를 보이고 해외 팬미팅에도 한차례 불참하자 멤버들과의 불화설로도 번졌다. 소속사는 “장현승의 탈퇴설은 사실무근이며 6인조로 계속 활동한다”고 진화했지만 팬들의 걱정은 거둬지지 않았다.
역시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와 10월 전속계약이 만료되는 시크릿은 이미 지난해한차례 잡음이 일었다. 멤버들이 솔로 가수 및 연기자로 활동하며 2년간 앨범 활동이 뜸한 사이 일부 멤버 간 불화설이 떠돈 것. 시크릿 역시 재계약이 완료되지 않은상황이어서 팀 행보를 지켜보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엠블랙은 이미 멤버 이준과 천둥이 2014년 잇달아 탈퇴하고 3인조로 7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남은 세 멤버 중 지오가 지난 2월부터 군 복무 중이어서 팀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소속사 제이튠캠프 관계자는 “탈퇴한 두 멤버는 계약 만료 시점이 아니었지만 원만한 논의 끝에 회사를 떠났다”며 “세 멤버의 팀 활동도 지오가 군 복무를 마쳐야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입학과 졸업’ 시스템으로 운영한 애프터스쿨도 이미 여러 멤버들이 팀을 떠났다. 새 멤버를 합류시키며 팀을 유지해 멤버들의 계약 기간도 다르다.
이들은 멤버 유이와 나나, 리지 등이 개별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일부 멤버가 유닛(소그룹)으로 활동하느라 3년 동안 완전체 앨범을 내지 않았다. 매년 애프터스쿨의 새 앨범을 고려 중이라지만 컴백은 요원한 상황이다.
레인보우도 올 연말 소속사 DSP미디어와 전속 계약이 만료된다. 지난해와 올해 꾸준히 앨범을 냈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 상승세가 더뎌 이들이 지금의 둥지에서 반등을 꾀할지도 관심이다.
포미닛은 오는 6월이 큐브와 재계약 시점인데 그간 별다른 잡음이 없던 팀이고 팀워크도 좋아 소속사와 긍정적으로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에프엑스의 경우 지난해설리가 연기에 집중하겠다며 탈퇴해 흔들리는 듯했지만 팀 활동은 순조로운 편이다.
◇ ‘7년 징크스’ 왜…“팀 활동 뜸해지고 각자 진로 생겨” 지난 2007년 데뷔한 카라도 7주년이 되는 2014년 고비를 맞았다.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그해 1월 니콜이, 3개월 뒤 강지영이 팀을 탈퇴했다.
이를 기점으로 카라의 상승세는 멈춰섰고 새 멤버 허영지를 영입해 앨범을 냈지만 이전 인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올해 2월 박규리, 구하라, 한승연까지 소속사를 떠나면서 팀은 사실상 해체됐다.
그렇다면 7년 사이 아이돌 그룹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대체로 4~5년까지는 팀 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이후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 치중하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팀 자체는 정체기에 접어든다.
인기 그룹으로 성장했더라도 팀 활동이 뜸해지면 후배 그룹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기 마련. 지금도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트와이스 등의 후배들이 신흥 세력으로떠올랐고 세븐틴 등 치고 올라올 파릇파릇한 그룹들도 다수 대기 중이다.
멤버들이 솔로 음반,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개별 활동에 치중하는 동안 균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부 멤버가 팀을 넘어서는 스타로 부상하거나, 각자 적성을 찾아 진로에 대한 주장이 강해지면 이들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소속사가 이를 조율하지 못하면 갈등이 깊어지고 불화설, 탈퇴설 등이 바깥으로 터져 나온다.
잡음으로 인해 이미지가 추락하면 한번 돌아선 팬심은 되돌리기 어렵다. 2009년데뷔한 티아라도 다수 히트곡으로 승승장구했지만 2012년 팀 내 ‘왕따설’ 사태를 겪은 뒤 인기가 추락했다.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국내에선 4년 전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재계약 시점이 되면 완전체 유지가 녹록지 않다.
한 걸그룹 기획사 대표는 “그룹의 멤버 수가 많으니 의견이 다양하고, 7년 정도되면 각자의 진로도 뚜렷해진다”며 “회사와 멤버들이 이때의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팀의 재정비가 필요하거나,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져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진통을 겪으면 팀이 존속하더라도 팬들이 이탈하고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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