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8.8%, 수도권 41.6%, 서울 44.2%.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가 지난 14일 마지막회에서 이같은 기록을 거두며막을 내렸다.
15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전날 밤 10시 방송된 마지막 16회에서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거두며 최근 수년 시청률 하향곡선을 그리던 미니시리즈 드라마계에 독보적인 성공사례가 됐다.
그러나 이같은 성적은 2012년 MBC TV ‘해를 품은 달’에는 못미쳤다.
‘해를 품은 달’은 16회에서 전국 기준 41.3%, 수도권 기준 46.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40% 벽을 깼고, 마지막 20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전국 42.2%로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
드라마는 잘생기고 예쁜 하트샷을 쉴새없이 뿜어냈고, 시청자는 두팔 벌려 “수신양호”를 외쳤다.
영리하고 유머러스하며 미스테리한 군인 ‘빅보스’는 여심을 정확하게 저격했고, 예쁘고 발랄하고 실력있는 외과의 ‘이쁜이’는 또다시 저력을 과시하며 새로운 한류를 탄생시켰다.
지난 두달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며 한국과 중국에서 대대적인 사랑을 받은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가 14일 16부의 여정을 모두 마쳤다.
잉태되어 산고의 고통 끝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투입됐고, 제작비 130억 원을 모으고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며, 기대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나오면서 만든 이들을 즐겁고도 두렵게 만든 ‘태양의 후예’가 남긴 것들을 살펴본다.
◇ 사전제작·한중 동시방송 첫 성공…“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 지난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인 ‘태양의 후예’는 애초 분쟁과 재난 지역에서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인류애를 발휘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였다.
상은 받았지만 이후 3년간 드라마화가 진행되지 못했던 원작은 2014년 스타 작가 김은숙이 가세하면서 전면적인 각색과 이미지 변신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원작에서는 의사였던 유시진이 특전사 대위로 바뀌었고, 기존의 재난 휴먼 드라마에 김 작가 특유의 달달한 로맨스가 가미되면서 원안과는 상당히 색깔이 달라졌다.
‘상속자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끈 것을 지켜보던 중국 동영상업체 아이치이는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이 정해졌다는 소식에 캐스팅도 안된 ‘태양의 후예’의 판권을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아이치이가 회당 25만 달러, 16부 전체 48억 원 가량을 판권료로 지불하면서 ‘태양의 후예’는 한중 동시방송을 위해 사전제작을 해야하는 드라마가 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큰 규모인 130억원의 제작비 중 3분의 1 가량을 중국에서 받는 대가로, 이 드라마는 방송 전 중국 심의를 통과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해야했던 것.
사전제작 드라마 필패의 흑역사가 있는 국내 드라마업계에서는 ‘태양의 후예’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KBS가 나서고, 한류스타 송혜교에 이어 떠오르는 송중기가 캐스팅됐음에도 전망은 불투명했다. 제작일정도 계속 늘어났고, 편성도 두세 차례 밀렸다.
KBS는 2015년 내에 꼭 방송을 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드라마는 2016년 2월24일에야 세상에 나왔다.
산넘고 물건너 마침내 시청자를 만난 ‘태양의 후예’는 첫방송부터 바로 ‘대박’을 터뜨렸고,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선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됐다.
◇ ‘별그대’ 뛰어넘는 인기…중국 대륙을 뒤흔들다 ‘태양의 후예’는 국내용을 넘어 한류 드라마의 새로운 스타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한중 동시방송은 불법 다운로드, 해적판이 판을 치는 중국에서 ‘태양의 후예’를‘따끈하고 매력적인 신상’으로 어필하게 했고, ‘인생의 역할’을 맡은 송중기의 매력이 터지면서 중국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드라마는 공짜로 소비한다는 인식이 강한 중국에서 ‘태양의 후예’는 첫 유료 서비스 콘텐츠로 주목받았는데, 돈을 내고서라도 실시간 시청을 하겠다는 팬들이 몰리면서 아이치이는 투자한 판권료 48억 원을단숨에 뛰어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태양의 후예’는 조회수(화제지수)에서 다른 이슈들을 제치고 내리 1위를 달렸고 지난 8일에는 누적조회수 100억뷰를 넘어버렸다.
14일 현재 아이치이에서 ‘태양의 후예’ 누적 뷰는 25억7천뷰를 기록 중이다.
중국 공안이 ‘태양의 후예’의 지나친 열기를 경계하는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고, 현지 언론에서는 ‘태양의 후예’로 인한 천태만상이 연일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창조경제, 문화융성 사례”라고 극찬했고, 전국 자치단체와 군에서 일제히 ‘태양의 후예’와 손을 잡으려고 러브콜을 보냈다. 4.13총선을 앞두고는 후보들이 너도나도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 편승하려고도 했다.
중국 뿐만이 아니다.
태국 총리가 국민에게 ‘태양의 후예’를 보고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드라마를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고, 미국의 한류 드라마 사이트에서도 인기 빅뱅이 벌어졌고, 지구 반대편 에티오피아에서도 “송중기 너무 사랑해요. 유시진 대위 목소리, 얼굴 모두 멋있어요”가 터져나왔다.
송중기는 단숨에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을 넘어서는 한류스타가 됐고, 지난16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송혜교는 또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 ‘PPL의 후예’ 비난…빈약한 서사에 뒷심 빠지기도 중국을 비롯한 해외 32개국 수출, KBS 방영권, 간접광고(PPL) 등으로 ‘태양의 후예’는 방송과 동시에 제작비 130억원을 회수했고, 계속해서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상황이다.
아이치이와도 판권료와 별도로 시청뷰에 따른 추가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또 이 드라마의 투자자, 제작자이자 방영권을 구매한 KBS는 광고 완판·특판으로 광고 수입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시청률 저조의 늪에 빠져있던 KBS는 ‘태양의 후예’로 상처입은 자존심과 명예를 한방에 만회하며 중국 한류를 개척한 선봉장이 됐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엄청난 제작비에 대한 압박 탓인지 과도한 PPL로 빈축을 샀다. ‘PPL의 후예’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갖가지 상품광고가 몰입을방해하고 실소를 자아내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여기에 결국은 유시진과 강모연의 달콤한 멜로가 핵심이긴 하지만, 애초 내세웠던 ‘휴먼 재난 드라마’라는 설명은 그 멜로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머물고 말았음을 노출해 실망감을 안겨줬다.
‘송송 커플’은 너무 예뻤고, ‘유시진 신드롬’은 살맛 나게 하는 에너지가 됐지만,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이야기와 ‘닥치고 멜로’를 위한 황당한 설정으로 서사에서는 많은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애국심 고취를 기치로 내건 듯한 단순하고 노골적인 에피소드들도 촌스러웠다.
멋진 캐릭터와 멋진 연기, 감동을 배가시키는 극적인 상황 등은 환상적이었다.
많은 시청자가 두달여 너무나 행복했다.
그럼에도 이 제작진이라면 좀더 세련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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