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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질~질 끄는 예능 편집, 스킵 버튼 어딨니?

등록 2016-07-19 15:31수정 2016-07-19 22:01

복면가왕·쇼미더머니5 등
장면 반복, 늘어지는 진행 불만에
일부러 본방 대신 다시보기 선택도

장면 반복, 질질 끄는 진행….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의 마냥 늘어지는 ‘나무늘보 편집’에 골난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짜증을 부르는 본방사수 대신 인터넷 다시보기의 스킵(건너뛰기) 버튼 누르기로 맞대응하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목소리만으로 누구인지 추리하는 음악 예능 <복면가왕>(문화방송 일 오후 4시50분)이 대표적인 ‘짜증 유발자’다. 결정적인 장면 몇 개를 돌아보자. 지난 1월31일은 6연승에 도전하던 ‘캣츠걸’ 차지연이 ‘음악대장’ 하현우에게 가왕 자리를 넘겨준 날이다. 진행자 김성주가 “지금 결과를 공개합니다!” 외친 뒤 공연 하이라이트, 연예인 패널들의 긴장된 표정과 멘트, 다음 프로 <진짜 사나이> 예고편까지 보고 나서야 시청자들은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꼬박 2분24초가 걸렸다. 이날 차지연의 ‘가리워진 길’ 무대가 3분25초였다.

6월19일 ‘하면된다’ 더원의 2연승 결과 발표에도 총 2분20초가 걸렸다. 특히 <진짜 사나이> 예고편 삽입에 대한 불만이 높다. 직장인 박아무개(37)씨는 “복면가왕을 즐겨 보는데 프로그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짜 사나이 예고편이 튀어나오면 불쾌하다. 방송사들이 꼼수만 느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에게 진짜 사나이 사전정보도 줄 겸 궁금증을 배가하기 위한 편집 장치”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쇼미더머니5>(엠넷) 최종회도 늘어진 진행 때문에 시끄러웠다. 진행자가 최종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히고도 무려 1분50초 동안 긴장감을 높이는 음악 소리만 내보내더니, 그런 뒤에도 이어진 건 발표 아닌 중간광고였다. 광고 뒤에도 3분10초 동안 “비와이냐 씨잼이냐”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우승자 이름이 발표됐다. 예상대로 비와이였다. 엠넷 관계자는 “발표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투표 합산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슈퍼스타케이>부터 관행처럼 굳어진 ‘최종결과 발표 직전 중간광고 삽입’을 위한 의도적인 지연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문과)는 “지상파보다 중간광고가 허용된 종편·케이블에서 먼저 시작된 편집 방식으로 시청자의 몰입도·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인데, 지상파도 이제 비슷한 전략을 쓰면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 때문에 본방 대신 다시보기만 고집하는 시청자까지 나왔다. 의사 서아무개(32)씨는 “음악예능이면 아무리 예능이라도 음악이 주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 복면가왕 다운로드 뒤 진행자와 패널 멘트는 넘기면서 본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비슷한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다운로드해서 뜸들이는 부분, 게스트 잡담 빼면 30분이면 다 볼 수 있”단다. ‘방송사의 안이한 제작 행태에 대한 따끔한 경고로 봐야 한다’ ‘스낵컬처(짧은 분량의 콘텐츠)에 익숙한 20~30대의 유별난 시청 행태다’로 해석이 나뉘지만, 시청자들이 언제든 스킵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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