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공중파 불가인 줄 알았어요.” 7월28일 방송된 예능 <해피투게더3>(한국방송2)에서 배우 이수민(32)에 대해 함께 게스트로 나온 디자이너 박승건이 한 말이다. 이수민은 최근 페이크 다큐 <음악의 신2>(엠넷)에서 과도한 자신감과 어설픈 실력이 뒤죽박죽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첫회 시청률 0.07%, 최대 시청률 0.6%에 그친 케이블 프로그램 출연자가 종영 한 달도 안 돼 지상파 간판 예능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방송은 그의 지상파 첫 데뷔이기도 했다. 뻔뻔함으로 무장한 그의 캐릭터가 다시보기 등으로 온라인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악의신2>가 낳은 ‘화제의 인물’은 또 있다. 가수 정진운이다. 그는 지난 5월26일 방송된 <음악의신2>에서 이수민이 포함된 걸그룹 ‘시아이브이에이’(C.I.V.A)에게 ‘입 모양은 웃지만 눈에는 슬픔이 있는’ 웃는광대춤을 비롯해 아저씨·아줌마춤 등을 전수한 바 있다. 당시 자막에 ‘춤신춤왕’이라 나간 것을 계기로 ‘혼자 진지하게 추지만 남들은 다 웃는’ 춤의 대가로 우뚝 섰다. 이후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한국방송2)에서도 그의 무대에 ‘춤신춤왕’ 자막을 넣는가 하면 7월20일에 방송한 <라디오스타>(문화방송)는 정진운을 게스트로 초청해 한 수 배우기도 했다.
지상파가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바쁘게 뒤쫓는 모양새다. 불과 4~5년 전 <슈퍼스타케이> 등 케이블 오디션 출신들에게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방송> 예능국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케이블을 무작정 외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나 하는 고민이 있다.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차원에서라도 일정 부분 받아들이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에선 지상파가 ‘케이블 재방송’처럼 느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피투게더3>에서 이수민은 <음악의 신2>에서 나왔던 걸그룹명의 유래, 팬클럽 이름 등을 그대로 반복했다. 가수 손담비와 대학 동기라며 당시 일화들도 이야기했는데 이는 <음악의 신1>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했던 말이기도 하다. 정진운도 <라디오스타>에서 아저씨·아줌마춤과 웃는광대춤을 똑같이 선보였다. ‘아무리 춤을 춰도 티셔츠 라인과 바지 라인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또한 <음악의 신2>에서 했던 말 그대로여서 ‘기시감’이 들게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젠 시청률보다 콘텐츠의 화제성이 중요하다. 지상파가 케이블에 벽을 치지 않고 트렌드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화제가 된 인물을 모아 그 화제성을 우려먹기만 한다면 결국 지상파만의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채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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