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문화방송표 ‘문제작’ 예능이 탄생할까. 추석 연휴에 방송될 맛보기(파일럿) 예능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연출 한영롱·이하 우설리)이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우설리>는 누리꾼들의 댓글로 대본을 만들어 5~10분 내외의 드라마 3편을 만들 계획이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는데 보다 정확하게는 공개할 내용 자체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리꾼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12~16일까지 네이버에서 진행된 투표를 통해 6명의 출연진이 세 쌍의 커플로 맺어졌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와 ‘트와이스’의 다현이 1만표를 얻어 1위에 올랐고, 모델 주우재와 배우 문지인, 배우 노민우와 개그맨 허경환 커플도 누리꾼들의 선택을 받았다. 16일엔 장르와 첫 장면이 공개됐다. 이후 각 드라마의 분량과 내용, 엔딩은 오롯이 누리꾼들의 댓글로 결정된다.
17일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만난 한영롱(30) 피디는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수위만 된다면 어떤 댓글이든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를 통해 받고 있는 댓글에는 벌써부터 기발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좀비사태부터 생체실험, 진한 브로맨스까지 등장했다. 한 피디는 “온라인 카페에서 누리꾼들이 댓글로 상황극을 이어가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출연진이 젊다 보니 콘셉트를 설명하자 의외로 잘 이해했다. 반면 매니저들은 어떤 프로그램이냐며 계속 물어봤다”며 웃었다. 프로그램 제목 <우설리>도 온라인 신조어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에서 나왔다.
모험에 가까운 시도지만 다행히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성공이 길을 터줬다. 내부에서도 우려보다는 응원이 많단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마리텔>에 나왔던 ‘아바타 소개팅’이 떠오르기도 한다. 누리꾼들의 댓글로 출연진이 움직인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한 피디는 “마리텔은 우설리보다 즉흥적인 느낌이 더 크다. 우설리는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출연진도 누리꾼들과 함께 스토리 구상에 참여했는데 첫 장면은 세 쌍의 커플들이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
걱정되는 점도 있다. 한 피디는 “다현 등 어린 친구들이 악플 때문에 행여나 상처 받을까 걱정”이라며 “같이 프로그램을 만든다 생각하고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추후 투표를 통해 ‘최고의 장면’에 뽑힌 누리꾼에게는 원고료 300만원을 지급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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