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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콘텐츠 회사 차린 송은이 “저더러 코미디계 잔다르크래요. 하하하.”

등록 2016-09-01 15:50수정 2016-09-01 20:47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총연출 송은이 인터뷰
김숙과 ‘걸크러시’ 원조 “전 뒤에서 받쳐주는 스타일”
코미디콘텐츠 창작업체 운영 “묵묵히 후배들 도울 것”
지난 8월27일 부산 바다가 들썩였다. 밤 8시 공연에 오후 3시부터 돗자리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아이돌이라도 왔나? ‘갯바위’를 부르며 등장한 건 개그우먼 김숙과 송은이.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공개방송은 8월26일~9월3일 열린 부산코미디페스티벌의 백미였다.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다. <비밀보장>이 화제이기도 하지만 김숙과 송은이의 이름값이 큰 몫을 했다. 두 사람은 요즘 연예계 화두인 ‘걸크러시’(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의 대표주자다.

단짝인 송은이와 김숙은 똑같이 여장부이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김숙이 <언니들의 슬램덩크>(한국방송2), <최고의 사랑>(제이티비시) 등 리얼예능프로그램 등에서 거침없는 말투 등 ‘센 언니’로 앞장서서 프로그램을 이끈다면, 송은이는 조용히 다른 이들을 받쳐주고 밀어준다. <무한걸스> 등에서 그는 주로 진행을 하며 다른 출연자들의 웃음을 도왔다. 이번 부산코미디페스티벌에서 개막식 총연출로 참여한 것도 실은 후배들이 설 무대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단다. “후배들이 만든 공연을 체계적으로 홍보해주고 싶었어요. 코미디페스티벌이 있으니까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후배들이 창의적인 것을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뒤에서 조용히 지탱해주는 게 좋다는 송은이를 26일 부산에서 마주했다.

■ 알고 보니 리더! 그는 이번 개막식 무대를 하나부터 열까지 진두지휘하고 유지태와 ‘1박2일’ 멤버들을 제외한 모든 개막식 초대 손님을 직접 섭외하는 등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알고 보니 ‘전문가’였다. 김숙과 코미디 콘텐츠를 창작하는 회사를 ‘조용히’ 차렸다. “사부작사부작 재미있는 거 하는 콘텐츠 회사예요. 직원이 10명 정도 돼요.” <비밀보장>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비밀보장>은 숙이와 ‘뭐 재미있는 것 없을까’ 하다가 시작했어요. 팟캐스트가 정치, 음악, 영화 다 있는데 코미디만 없잖아요. 그땐 우리 둘이 널널했거든요.” 음향 하는 아는 후배한테 물어 직접 낙원상가에 가서 마이크 등 장비도 샀다. “숙이는 빵 원도 안 냈어요. 다 제 돈이에요. 하하하.” 친한 동생이 하는 뮤직비디오 사무실에서 녹음했고, 편집하는 법도 배워서 직접 다 했단다. “그렇게 하다 보니, 평소 관심 있던 코미디 콘텐츠를 만들자는 생각이 커졌고 어찌어찌 회사를 차렸어요. <비밀보장>도 만들고, 모바일 콘텐츠나 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팬츠 시이오’(바지사장)라고 부른다”는데, 별명만 그럴 뿐 실제로는 일을 도맡아 한다. “알게 모르게 콘텐츠와 마케팅을 접목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어요. (증강현실을 이용한 얼굴인식 앱) ‘스노우’가 나왔을 때, 우리가 프로모션해서 1등 앱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정말? “잘 모르셨죠? 우리가 말을 안 해서 다 몰라요. 우리 스스로 너무 재미있었고, 어쩌다가 내부에 계신 분을 알게 되어 우리가 마케팅을 해보겠다고 했어요.”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는 “그냥 우리는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거, 재미있는 거를 사부작사부작 하는 게 좋을 뿐”이라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 ‘믿보웃’ 언니 보여주기가 아닌 진짜로 하는 사람. 조용하지만 꾸준해서 강한 힘이 23년간 제자리를 지켜온 비결이다. 1993년 <한국방송>(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뮤지컬, 노래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늘 그 모습 그대로 찾아왔다. 짧은 머리에 바지를 입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도 변하지 않았다. 슬럼프도 기복도 없었지만, 내 시대라고 할 만한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쉽지 않을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도 단짝 김숙의 성공이란다.

“<최고의 사랑>을 했으면 어땠을 것 같으냐,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근데 전 제 밥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숙이가 했으니까 잘된다고, 숙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라고 믿어요. 전 숙이처럼 넉살 좋게 못해요. 전 리얼 버라이어티를 잘 못해요. 쑥스러워요. 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싫고. 평소에는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거든요. 전 그냥 뒤에서 사부작사부작 하는 게 좋아요.”

스스로 “개인기도 없고, 노잼인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믿고 보고 웃게 하는 언니 같은 힘이 있다. <비밀보장>이 화제를 모은 것도 그런 그에게 기대고 싶은 여성의 심리를 잘 보듬었기 때문이다. <비밀보장>은 여자들이 가족이나 친구한테 말 못할 비밀을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해주는 팟캐스트다. “신문을 보면서 결정장애에 대한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했어요. 평소에 하듯이 ‘야 그런 거 하지 마’ ‘해’ 그렇게 편하게 말하는 게 필요한 게 아닐까. 누가 ‘그래, 그거 해’ 그렇게 말하면 안심이 되잖아요. 그런 마음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신문을 샅샅이 훑으며 꼼꼼하게 ‘공감의 언어’를 찾는 준비성도 한몫을 했다. 부산코미디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도 일부러 해외에 가서 유명한 공연을 보는 등 평소 꼼꼼한 성격이 빛났다.

■ 개그도 부탁해 후배들은 그를 “잔 다르크”라고 불렀다. 코미디를 위기에서 구해줄 거란 뜻이 담긴 걸까? “예전에는 방송 무대가 최종 플랫폼이었지만, 이제는 유튜브 등 최종 플랫폼이 다양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 방송사 안에 두 개 이상의 코미디 프로가 있는 전성기 시절 개그를 했어요. 점점 개그 무대가 사라지는 것도 봤죠. 그래서 그 무대를 코미디언 스스로 늘려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홍대코미디위크나 부산코미디페스티벌도 그런 맥락에서 좋은 시도였어요.” 그는 “무대를 목표로 아이디어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멜버른(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갈 수 있는 버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게 잘되면 코미디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 하나’보다 ‘코미디계 전체’를 고민하고 뒤에서 후배들을 묵묵히 밀어주고 싶다는 그에게서 후배들은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는 듯하다. 정작 본인은 그런 눈길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농담을 건네자, 빛의 속도로 손사래를 쳤다. “절대, 절대 없어요.” 그러면서 인터뷰 처음으로 개그 본능을 끄집어냈다. “저는 뒤를 캐면 더럽게 다 나와요. 김영란법도 발효되는데 제가 얻어먹는 거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저는 얻어먹는 거 너무 좋아해서 안 돼요. 하하하.”

부산/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부산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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