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모사의 달인’ 정성호 “백번 보고, 만번 연습…누구든 모사 가능”

등록 2016-12-02 09:17수정 2016-12-02 14:12

박근혜·김상중·한석규·박태환…
남녀 가리지 않고 모사 ‘천의 얼굴’
가발쓰고 살짝 웃으면 딱 박 대통령

“박그네? 때 되면 다시 하겠죠.
아들이 TV 속 임재범 보고 ‘아빠다’
모사하는 나는 누구인가 슬럼프도
영화·드라마서 내 연기 하고 싶어요.”
‘모사의 달인’이 긴장한다. “요즘 인터넷 등에 쏟아지는 패러디를 보면 사람들이 모두 기발하고 머리가 비상해요. 더 분발해야겠어요.” 그래도 “그만큼 나라, 사회에 관심이 많아진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지난 2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정성호를 만났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모사의 달인’이 긴장한다. “요즘 인터넷 등에 쏟아지는 패러디를 보면 사람들이 모두 기발하고 머리가 비상해요. 더 분발해야겠어요.” 그래도 “그만큼 나라, 사회에 관심이 많아진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지난 2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정성호를 만났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 많던 성대모사 달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명박 배칠수, 박근혜 정성호 등 정치인 풍자로 웃음과 쾌감을 줬던 그들의 성대모사는 이 정권 들어 자취를 감췄다. 목소리로 정치인을 흉내내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엘티이 뉴스’가 돌아오고,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활발한 지금 이제 성대모사의 달인들이 활약할 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가 걸어 나왔다. 어어어어, 닮았다! “저도 몰랐는데, 분장을 안 해도 닮았다고 해요.” 누구를? 그래, 입에 담기에는 정성호(42)한테 살짝 미안한 그분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알려진 이후 새삼스레 개그맨 정성호가 주목받는다. 온·오프라인에서 대통령 패러디가 활발해지면서, 지난 시절 정성호가 모사했던 ‘박그네’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짤방이며 유튜브 영상 등이 돌아다닌다. “다시 보고 싶다”는 누리꾼이 많다. 요즘 들어 인터뷰 요청도 쏟아진단다. “괜히 프로그램에 피해가 갈까 봐 인터뷰를 안 하고 있다”는 그를 11월25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6층 인터뷰실에 어렵사리 앉혔다.

■ 역대급 캐릭터, 돌아오라 박그네 그는 “그 이야기는 안 하고 싶다”고 조심스러워했지만, 정성호를 얘기하면서 ‘박그네’를 빼놓을 수 있나. 2011년 <웃고 또 웃고> ‘나는 하수다’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흉내내며 그네 타던 모습은 ‘모사의 레전드’로 꼽힌다. 가발 하나 쓰고 말없이 살짝 웃었을 뿐인데, 시청자들은 배꼽 잡았다. <에스엔엘 코리아 3>에서 디제이 하는 박그네는 또 어떻고. 역대급 캐릭터 ‘박그네’의 탄생 과정은 이렇다. “엠비시 코미디언실에 있는데 고명환씨가 ‘성호야 너 웃어봐’라고 하더라고요. 웃었더니 분장실 가서 가발 한번만 쓰고 오라고. 썼더니 너무 닮았다는 거예요. 이거 대박이다!” 그러나 몇번 못하고 코너가 폐지되면서 떠났던 박그네는 2012년 <에스엔엘 코리아 3>으로 돌아왔다.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는 지금 봐도 웃겨요. 아무 말도 필요없는, 그게 진정한 패러디죠.”

박그네가 인기를 끌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정성호의 시대가 예고됐다. “주변에서도 패러디를 계속할 수 있으니 앞으로 잘되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후 박그네는 자취를 감췄다. 못 한 걸까, 안 한 걸까. “외압은 없었냐”고 물으니 묻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새로운 걸 찾아서 도전하고 싶고, 다양한 패러디를 하고 싶었고 여러가지 흐름상 그만하게 된 거예요.” 그렇다면 ‘민상토론’도 ‘엘티이 뉴스’도 돌아온 마당에 박그네를 다시 할 순 없을까. “시기가 되면요. 적절한 시점에 사람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게 패러디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기사도 쏟아지고, 내용을 우리가 다 아니까. 머리 쓰지 않고 내용대로만 따라하는 건 패러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러가지 아이디어는 많이 떠오르지만, 시기가 되면 할게요.” 몇가지 예를 들어줬다. 기발하다. 그러나 “때가 되면 할 테니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아, 혼자 보기 아깝다.

역대급 캐릭터 ‘박그네’가 처음 탄생한 2011년 <웃고 또 웃고>(문화방송) ‘나는 하수다’
역대급 캐릭터 ‘박그네’가 처음 탄생한 2011년 <웃고 또 웃고>(문화방송) ‘나는 하수다’
2013년 <에스엔엘 코리아>(티브이엔)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영화 <친구> 패러디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편.
2013년 <에스엔엘 코리아>(티브이엔)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영화 <친구> 패러디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편.
■ ‘1인 30역’ 안면모사까지…백번 듣고 만번 연습 이명박 전 대통령 성대모사 배칠수, 정치인 문재인과 똑같은 안윤상 등 시대별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달인’들이 따라했다. 그중에서 박그네가 유독 화제가 되는 건 정성호가 포인트를 너무 잘 잡기 때문이다. 머리와 눈웃음, 팔을 잡고 목을 20도 정도 기울이면 정성호는 바로 박그네가 된다. ‘달인 중의 달인’ 정성호는 안면모사까지 한다. “얼굴을 보고 그 목소리를 들으면 훨씬 강해요. 그래서 안면모사를 시작했어요.” 실제로 인터뷰 도중 할리우드 배우 모건 프리먼을 흉내냈다. 긴가민가하던 것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면서 듣자, 어쩜 정말 똑같다. “아이 앰 모건 프리먼!”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며 성우 목소리를 흉내냈을 뿐” 디엔에이를 타고난 건 아니란다. 노력의 결실이다. “목소리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호흡, 발음도 중요해 복식호흡을 연습했고,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책을 소리 내 읽었어요.” 표정, 손짓, 얼굴근육의 움직임, 걸음걸이까지 공부했단다. “한명의 대상을 6~7개월 연구해요. 콘서트 장면이나 영화의 인상적인 대사를 백번 넘게 돌려 봐요. 귀에 박히도록 들은 뒤 포인트를 잡습니다.” 예를 들어 임창정은 꺾기. “여보세요 나야~”를 “여보쎄에에에요 나야”로 꺾고, 한석규의 비법은 “끝말을 조금 늘어지듯이 하며 마지막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다. “우리~ 애가 노래한다잖아”라면 “우우!리이 애애가 노오!래애한다아잖아‘요’!” 박태환은 턱을 살짝 뺀다.

박근혜 대통령은? “목의 각도, 팔, 눈웃음” 포인트를 잘 잡은 덕분에 그의 모사는 과하게 변신하지 않는데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전 얼굴의 기본 형태를 유지해요.” 특별히 흉내내기 쉬운 캐릭터가 있냐고 하니 “우리는 기술자”라며 “방법만 터득하면 다 따라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런 그도 “여자 목소리는 힘들고, 가창력 뛰어난 가수들은 못 따라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임재범을 흉내내다가 성대결절까지 왔어요.”

■ 무명 떨쳐준 목소리…연기도 하고파 정성호는 개그맨들이 개인기처럼 선보이던 성대모사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 “서울예전 시절 주철환 교수님이 서경석을 흉내내 보라고 했던 게 성대모사의 시작이었어요.” 1998년 <문화방송>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이후 8년 무명의 설움을 떨치게 해준 것도 성대모사였다. 2006년 <개그야> ‘주연아’에서 한석규를 흉내내어 인기를 얻었고, 이후 가라앉았던 그는 2011년 <웃고 또 웃고> ‘나도 가수다’에서 임재범을 따라하며 다시 떠올랐다. 이젠 분야를 넘나든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5회 서태지와 2회 디제이 김기덕의 목소리, 영화 <국제시장>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목소리, 뮤지컬 <디셈버> 김광석 목소리는 모두 정성호였다. “(김광석과 이승만은) 그 시점에서 몇살일까를 추정해서 목소리도 나이들게 했어요. 김광석이 살아있다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이라고 생각해 변조했죠. 김광석과 친한 분이 오셔서 검증했는데 똑같다며 놀라셨어요.” 때론 다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마법을 부린다. “장진 감독님이 술자리에서 ‘성호야, 돌아가신 아버님 목소리 들려줄 테니 녹음 좀 해줘라. 힘들 때 듣고 대화 좀 하게’라고 하시는데 마음이 뭉클했어요.” 아내는 좋아하는 이종석을 흉내내 달랬단다. “안 해 줬어요. 에잇.”

한때는 모사하는 인생에 슬럼프도 겪었다. “지난해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싶더라고요. 내 목소리를 내도 ‘한석규 흉내낸 거죠?’라고 하고. 내가 잊혀진 것 같았죠. 심지어는 아들이 티브이에서 아빠 나온다고 해서 봤더니 임재범이었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힘을 냈다. “‘도플갱어’ ‘싱크로율 100%’ 이런 말을 들으면 또 좋더라고요. 자부심이 생겨요. 내친김에 외국 배우들도 죄다 따라해 보려고요.” 그러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나도 한번 내 색깔을 내고 싶다. 정성호가 흉내만 낼 줄 아는 건 아니라는 건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실제로 만난 정성호는 생각이 깊고 말도 조리있게 잘했다. 책을 많이 읽었단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경험을 한자 한자 고심해서 써놓은 것을 읽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의외라고 했더니 “그쵸! 에잇”이라며 귀엽게 팔짱을 낀다. “나 안 보여준 모습 많아요.” 모사 뒤에 숨은 정성호가 궁금해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