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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제 발로 교도소 들어가는 드라마들

등록 2017-03-09 18:34수정 2017-03-09 21:27

교도소 배경 드라마 인기
폐쇄 공간 탓 기피했던 예전과 달리
인물 심리에 추점 맞추며 제작 늘어

<피고인>은 시청률 25% 육박
‘응답 시리즈’ 신원호 피디 새드라마도 교소도 배경
“또 하나의 사회”로 접근 눈길
“미지의 곳, 다양한 인간군상의 희로애락” 흥미
“감옥에는 인간사회처럼 희로애락이 있다.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소재가 될 것이다.” 지난해 감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옥중화>(문화방송 2016년 4월30일~11월6일)를 만든 이병훈 피디는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왜 감옥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했다. <옥중화>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조선시대 감옥인 전옥서를 배경으로 삼아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옥중화>는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이병훈 피디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1년 뒤 지금 드라마는 교도소에 주목한다. <피고인>(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은 기억을 잃은 검사가 살인범 누명을 벗고 복수하는 내용이 교도소를 주 무대로 펼쳐지고, <응답하라 1994>(티브이엔, 2013년 10월18일~12월28일) 등 ‘응답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피디는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16부작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 드라마, 교도소 주목 왜 <리멤버> <야왕> 등 권선징악이 기본인 한국 드라마에서 교도소는 잠깐씩 등장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무대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기본 16부 이상을 끌어가야 하는 드라마에서 폐쇄된 공간은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제약이 따랐다. 같은 한정된 공간이라도 의학드라마는 드나드는 환자의 다양한 사연이 어우러질 수 있는 반면, 감옥은 그 안에서 그들만의 얘기로 끌어가야 한다. 한때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구상해본 적 있다는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로 끌고 가기에는 영화가 아닌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는 다소 무리가 따랐다. 자칫 지루하고 무거울 수 있어 대중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교도소가 드라마의 중심에 선 데는 인물의 심리에 주목한 최근 도드라진 장르드라마의 약진과 관련있다. 2010년 70편에서 2014년 100여편으로 드라마 제작이 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다 도달한 곳이 교도소라고도 한다. 이병훈 피디는 “이야기를 다 해버려서 더 새로운 소재를 찾다가 감옥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신원호 피디도 신선한 소재를 찾다가 감옥을 드라마로 그리게 됐다고 알려진다.

<피고인>은 다양한 인물이 모여있는 교도소를 또 하나의 사회로 접근한다. 에스비에스 제공.
<피고인>은 다양한 인물이 모여있는 교도소를 또 하나의 사회로 접근한다. 에스비에스 제공.
■ 또 하나의 사회로 접근 시의적절한 순간에 나타난 교도소는 의외의 흥미를 끌며 화제몰이를 한다. <피고인>은 1월23일 1회 시청률 14.5%(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방송 7회(2월13일) 만에 20%(20.9%)를 넘었고, 가장 최근 방송인 14회(3월7일)는 24.9%를 기록했다. 초반 1~8회가 교도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도 시청자들이 빨려든 것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데다 누명을 쓴 박정우(지성)가 교도소에 갇혀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상황이 공간이 주는 제약과 맞아떨어지며 극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최근의 드라마들은 교도소를 단순히 탈출의 공간이 아닌, 그 자체를 또 하나의 사회 커뮤니티로 봤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피고인>을 제작하는 이상민 기획피디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도소 내부도 그중 하나의 사회 커뮤니티다. 교도소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 보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그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감방 식구인 밀양(우현), 방장(윤용현), 뭉치(오대환), 우럭(조재룡)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재미를 줬고, 서로 알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감옥 밖에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곱씹게도 했다. 교도소라는 곳이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라는 점도 흥미를 유발한다. 결국,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지만 미지의 공간이 주는 새로움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인권문제를 얘기하는 등 폐쇄된 공간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남자 죄수 캐릭터 위주로 멜로를 뺀 브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인기 또한 이어가고 있다.

■ 제2의 주인공 교도소 <피고인>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박정우는 독방 곳곳에 적힌 메모를 보며 기억을 더듬는다. 폐쇄적인 공간의 답답함과 마룻바닥의 거친 느낌 등이 어우러져 주인공의 혼란스런 감정을 더 절실하게 드러낸다. 교도소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이 중요하기에, 제작진은 교도소 표현에 공을 들였다. <피고인>은 2014년 이전까지 실제 교도소로 쓰였던 전남 장흥의 교도소를 모델 삼았다. 외부 장면은 그대로 촬영해 쓰고, 내부와 복도는 탄현에 별도로 세트를 지었다. 드라마에서 실제 교도소가 배경인 곳은 처음이다. 영화를 통틀어도 <프리즌> 이후 두번째.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익산의 세트장이나 서대문 형무소에서 촬영했다. 이상민 기획피디는 “폐교 같은 느낌의 운동장에 우리가 철조망을 둘러싸 사실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했다. 세트도 여느 때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해 2층 구조로 만들었다. 특히 신경 쓴 곳은 길게 늘어진 복도 바닥과 복도 창문이다. 보통 평당 1500원짜리 바닥재를 사용하는데, <피고인>에서는 2만원이 넘는 바닥재를 썼다. 길게 이어진 복도의 위압감과 거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또 일반 교도소와 달리, 복도에 창을 내어 서치라이트 불빛이나, 햇볕이 방에 스며들게 했다. 이를 통해 어둠 속에서 한 줌의 희망을 보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그곳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드라마가 의리 있는 재소자들이 협동하며 편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교도소의 삶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민 기획피디는 “벌받지 않고 밖에 있는 나쁜 사람도 많다는 점과 교도소 내부도 하나의 사회 커뮤니티인 만큼 그곳에도 다양한 인물 군상이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피고인>은 실제 교도소였던 장흥교도소에서 외부를 촬영했다. 추가로 철조망을 제작했고, 내부는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에스비에스 제공.
<피고인>은 실제 교도소였던 장흥교도소에서 외부를 촬영했다. 추가로 철조망을 제작했고, 내부는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에스비에스 제공.

<피고인> 속 교도소는 진짜일까?-드라마 장면으로 본 실제 교도소

교도소가 배경인 드라마 <피고인>(에스비에스)은 사실감을 살리려고 장흥교도소 내부를 꼼꼼히 살피고, 수감자들의 이야기도 참조했다. 드라마 속 교도소 외부는 2년 전까지 실제로 운영했던 장흥교도소에서 촬영했고, 내부와 복도는 세트다. 그러나 극적 요소를 위해 다양한 장치도 가미했다. <피고인> 속 교도소와 실제 교도소는 어떻게 다를까. 그 뒤에 담긴 의미는?

#장면1-감옥에 온 재벌 부사장 차민호(엄기준)가 교도소장 방에서 저녁을 먹는다.

정답: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가능할지도?

대한민국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소장실은 담 밖에 있기 때문에 수용자들이 갈 수 없다. 모든 상담은 구내에 있는 장소에서 한다. 제작진도 잘 안다. 이상민 기획피디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도소장과 차민호는 이전부터 커넥션이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를 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담았다”고 했다. 들여다보면 더 큰 의미가 있다. 권력자들이 교도소에 가더라도 독방에 종일 접견실을 쓰는 등 불편하지 않게 지내는 현실을 꼬집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장면들은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줄줄이 수감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관심을 모았다.

#보너스 장면-차민호 안에 우병우 있다?

정답: 있다!

차민호가 페이퍼컴퍼니와 차명계좌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오는 장면은 일부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떠올리게 했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을 당시와 비슷한 옷을 입게 했고,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앉는 등 불량한 태도도 우 전 수석의 모습을 패러디한 설정이다. 차민호가 아이를 납치할 때 가림막을 친 것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기자들의 촬영을 막으려고 가림막을 한 것을 가져왔다.

#장면2-교도소장이 수감된 박정우(지성)에게 휴대폰을 건넨다?

정답: 안 된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수용자가 활동하는 모든 공간에서는 직원을 포함한 그 누구도 휴대폰을 들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는 극중 교도소에서 모든 규칙을 무시하고 왕처럼 군림하는 교도소장의 캐릭터를 살리려 했다. 외진 곳에 위치한 교도소의 저런 소장이라면, 캐릭터상 가능하다고 봤다.

#장면3-교도소에 라디에이터와 휴지걸이가 있다?

정답: 없다!

교도소 내부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건은 두지 않는다. 난방은 바닥에 열선 패널이 깔려 있다. 라디에이터가 복도에 있는 곳은 있다고 한다. 유리 거울도 없다. 드라마에서는 플라스틱 소재의 준거울이 카메라에 비쳐 유리 거울처럼 보인 것이다.

#장면4-미결수와 기결수가 한방에?

정답: 안 된다.

미결수와 기결수는 한방에 있을 수 없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미결과 기결은 운동도 함께 하지 않는다. 무죄추정인 미결수와 형 집행중인 기결수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안다. 그러나 드라마를 끌어가기 위해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상황을 차용했다고 한다.

#장면5-박정우표 탈옥 가능할까?

정답: 불가능하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창살 검사를 매일 한다. 드라마처럼 이상이 있으면 벌써 들통이 났다”고 했다. 박정우 등은 시시티브이 화면이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는 찰나(10초)에 조금씩 이동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교도소 시시티브이는 하나가 한 곳만 비추기 때문에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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