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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프듀’가 바꾼 것들, ‘프듀’로 놓친 것들

등록 2017-10-26 16:37수정 2017-10-26 21:57

[미묘의 아이돌 마인드 맵]
[미묘의 아이돌 마인드맵]

<프로듀서 101>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 워너원
<프로듀서 101>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 워너원
올 하반기 가요계 최대의 화두가 워너원임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프로듀스 101>(엠넷·이하 <101>)을 통해 선발된 이 11인조 보이그룹은, 기존의 아이돌 팬층 바깥까지 포괄하는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데뷔 무대를 고척 스카이돔에서 했으니 더이상의 평가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들로부터 파생된 그룹들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차상위권 참가자들로 구성된 제이비제이나 레인즈도 10월에 데뷔해 관심을 모았다. 엔플라잉, 마스, 더 이스트라이트 등 기존 그룹은 참가자들을 새 멤버로 추가했다.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그룹을 결성하거나(바이칼), 임시 유닛을 구성하기도(뉴이스트 더블유, 용국&시현) 한다. <101>에서 탈락했던 사무엘, 정세운은 솔로로 데뷔했다. 흥행의 명암이 갈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참가자 중 최소 3분의 1이 음반을 냈다. ‘101명 전원이 데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101>은 아이돌 시장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의 아이돌 그룹은 멤버 전원이 소속사 한곳과 계약을 맺고, 기획사의 설계에 따라 데뷔하고 활동했다. 반면 아이오아이, 워너원, 제이비제이는 각기 다른 소속사 출신 멤버들이 이중으로 계약하고 활동한다. 이런 방식이 보편화된다면, 아이돌이 대우가 더 좋은 소속사를 찾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아이돌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까지는 기획사 양쪽의 활동을 소화하느라 오히려 더 힘든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팬들의 선택으로 멤버가 구성된다는 점도 새로운 방식이다. 워너원은 활동곡의 선택에도 팬들의 투표를 받았고, 제이비제이는 팬들이 구상한 대로 멤버를 구성했다. 자신의 손이 닿은 아이돌, 팬에겐 각별할 수밖에 없다. 비록 콘텐츠에 직접 관여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자신이 투표했던 멤버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는다. 많은 참가자들이 데뷔하는 것은 그런 애정에 기댄 것이라 하겠다.

그래도 실제 업무는 기획사의 몫이다. 지난해 와이엠씨엔터테인먼트가 아이오아이를 위해 준비한 콘텐츠 대부분이 현재 아이돌 시장의 높은 질적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쏟아져 나온 관련 음반 중에는 질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그룹의 방향성이 불분명하거나, 멤버의 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기도 한다. 화제성에 편승해 일단 데뷔시키고 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질이 떨어지는 상품은 외면받는다. 그러나 <101> 팬들은 그런 순리를 쉽게 넘어선다. 이들이 소비하는 건 데뷔를 향한 절박함이라는 서사, 자신이 직접 만들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시한부 활동이라는 간절함이기 때문이다. 아이오아이의 인기와 질의 간극을 통해 이를 확인했기에, 아무렇게나 제작해도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팬들이 간절하기에 저품질의 상품을 판다면 윤리의 문제다.

곧 방송될 〈믹스나인〉(JTBC)과 〈더 유닛〉(KBS)도 <101>의 성공 공식에 기초한다. 절박한 미남, 미녀들이라는 상품은 당분간 아이돌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그 서사의 힘은 강력하다. 다만 ‘더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르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의 케이팝을 만든 것은 음악 콘텐츠의 질적인 향상이었다. 물이 들어온다고 노를 아무렇게나 저어선 안 된다.

미묘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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