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리버’
최근 한국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빅 리버〉는 일본 감독이 연출한 미·일 합작영화다. 미국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모뉴먼트 밸리와 그것을 둘러싼 애리조나 사막이 주요 무대가 되는 이 영화에는 미국을 바라보는 외부자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사막은 매혹적이면서도 완고하게 사람을 밀어내는 땅이다. 사막을 떠도는 세명의 아웃사이더를 통해 감독은 모래알 같은 삶을 과묵하게 응시한다.
무전여행을 하는 데쓰페이(오다기리 조)는 사막 한가운데서 고장난 차와 씨름하던 파키스탄인 알리(카비 라즈)를 도우면서 차를 얻어탄다. 얼마 못 가 데쓰페이는 기름이 떨어지자 가까운 주유소에 기름을 사러 가다 차를 세워놓은 미국 여자 사라(클로에 스나이더)를 만난다. 때마침 알리의 차는 완전히 고장나고 데쓰페이와 사라는 자신을 떠난 알리의 아내를 찾는 여행에 동참한다.
아내를 빼앗긴 분노에 사로잡힌 파키스탄인과 정처없이 떠도는 데쓰페이, 그리고 미국인이지만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트레일러 삶을 전전하는 사라는 모두 이방인이다. 우연히 동승하게 됐지만 세 사람은 서로를 잘 모른다. 그래서 여행길은 이들의 차가 딛고 있는 모래 사막처럼 버석거리고 까칠하다. 게다가 아무런 유대가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의 동행은 미국 경찰에게도 의심을 산다.
〈빅 리버〉는 이방인들이 기묘한 동행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과장 없이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데 욕심이 지나치게 없는 것인지, 세 사람의 관계는 지나치게 무미건조하게 묘사돼 이들 사이에 조금씩 흐르게 되는 희미한 교감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또 모뉴먼트 밸리 등 거대한 스펙터클 영화가 지나치게 압도적인 나머지, 배우들이 서서 차지해야 할 존재감을 풍경이 잠식해 버린다.
감독 후나하시 아쓰시는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미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일본 감독으로 〈빅 리버〉는 주목할 만한 신인들의 작품을 초청하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서 상영됐다. 17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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