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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 영화 ‘그때 그 사람들’과 표현의 자유

등록 2006-08-11 18:00수정 2006-08-11 18:07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아들 지만씨의 추모의 정을 손상시켰다며 1억원을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조경란 부장판사)는 10일 박씨가 영화제작사 MK픽처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영화사는 박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영화는 사실·허구에 관계없이 고인이 국가원수로서의 품위나 도덕관념, 역사의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러일으켜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정을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영화상영금지 청구에 대해서는 “인격적 침해 장면만을 금지한다면 영화가 갖는 창작의 본질을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기각했다.

재판을 한다는 것은 지금의 사회에서 분쟁의 최종적인 판단이고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라 법관들의 생각 하나 하나는 대단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법관 한 사람의 가진 바 생각이나 관념이 타인의 삶과 사회의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다양한 직업군 중에서 가장 많은 고뇌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이라 보는 것이다.


판결한다는 것은 공식적인 가치기준의 튿릉 만드는 것이고, 동일한 분쟁에 대한 해결의 준거를 만든다는 점에서 법관의 고민은 치열하고 동시에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대상이란 사회성의 변천을 말하는 것이라 심지어 언어에서도 사회성을 반영할 만큼 일반적인 것들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다.

일반적이라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이 공통의 가치를 느끼는 것을 가리키며, 이것은 법과 제도의 변천을 가져오는 역동성의 한 부분이다.

오늘날 정치적인 성향이나, 이념적인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일반의 인식이 가장 많이 바뀐것중 하나가 바로 표현에 대한 자유다. 이 표현에 대한 자유에는 특정인에 대한 공적인 성격이 있을 경우 상당한 수위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권리라는 차원에서 사회는 그것을 용인하고 터부시하는 것을 금하는 터이다.

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영화는 제작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온갖 화제를 불러온 작품이다. 박 前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추모하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논란의 정점에 서있었던 영화다.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는 측과, 표현의 자유에 반대되는 비난에 대해 맹렬한 비판이 있었고, 정치적인 의도까지 거론되었던 작품이라 각 前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氏의 영화상영금지 청구와 손해배상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비록 사망한 사람이지만 국가원수모독이라는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자.

우리나라에는 국가원수모독죄에 대한 법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프랑스는 아직도 국가원수모독에대한 법적인 규정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구형법 제 104조의 2 (국가 모독 등) 제1항에 의거 처벌되었으나 1988년 이 조항이 삭제 되었다.

단지 도에 지나친 언사에 대해서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훼손으로 고발 당할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원수모독죄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데, 나폴레옹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이 집권했을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는 말들을 공공연하게 했을때 측근들이 그들을 국가원수를 모독한 罪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을때 루이 나폴레옹은 "그런 것을 국가원수모독죄로 처벌하면 그게 더 우습다. 오히려 더욱 모독이다" 라는 말로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야기다.

화씨911의 무어감독의 경우를 본다면 영화내내 부시 미국대통령은 거의 바보거나, 나쁜 놈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나 감독이 어떤 제재를 받았다는 말도 못 들었거니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친족들이 무어감독을 상대로 명예훼손이나 국가원수를 모독한 것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두가지의 예를 빌린 것은 첫번째는 "국가원수모독" 으로의 처벌이 더욱 모욕을 주는 것이란 루이 나폴레옹의 반응이 당대를 생각하면 참 기이할 정도로 열린생각(사실 제대로 판단한 것이지만)이란 것이고, 부시의 경우는 열린 생각들이 만든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 국민들과 정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용하거나, 인정하는 분위기에 대한 부러움과 당연한 것들에 대한 부러움이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용어들을 살펴보면서, 아직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뒤처진 법원이라는 집단의 사회현상들과 국민 여러분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에 대한 몰상식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동시에 그 영화에 대해 박 前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비상식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의 자유와 영화라는 예술장르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이 있었고, 그것이 법원의 판결로 결국 인정된 것에 대해서 자유는 골방에서만 가능하다는 우리시대의 풀리지 못한 개념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영화자체에대한 상영금지는 기각했지만 그것은 일종의 체면세우기라 보여지기 때문에 그다지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욕설에 가까운 비난들과, 인터넷 신문 매체에서 등장했던 저격수패러디에 대해서 정치적인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에 동참하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는지 기억한다. 그런 패러디물에 대해서 청와대측이나 일각에서 법적인 대응을 검토한다거나, 자진해서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말이 있었을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들어서 오히려 맹렬한 비판을 가했는지 기억되는 장면이다.

그 패러디물이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혹은 개구리에 비교해서 밟아죽여야 한다는 등의 말들이 난무했지만 그것이 처벌되었거나 법정에 섰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과거에 한나라당 의원극단 `여의도'는 연찬회 전남 곡성 농촌체험마을에서 `환생경제(還生經濟)'라는 제목의 연극을 창단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렸던적이 있다. 연극은 죽은 아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 `박근애'의 눈물겨운 노력끝에 `경제' 대신 아버지 `노가리'가 3년후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는 게 큰 줄거리다.


공연에서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아버지 `노가리'의 언행을 통해 과거사.수도이전 현안을 포함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수도이전과 관련, 아버지 `노가리'는 `경제'의 죽음과 또다른 아들 `민생'의 병치레에도 불구, "집터가 나빠서 생긴 일"이라면서 이사를 주장하는 무책임한 가장으로 묘사된 반면 어머니 `근애'는 이사에 반대하고 `경제'의 회생을 빌며 흐느끼는 한국형 현모로 그려졌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정치현안에 대한 풍자뿐아니라 "육XX놈", "개X놈" "불X값" 등 욕설과 함께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등 원색적인 욕설이 대사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연극이 무슨 상기의 재판처럼 법적인 심판을 벋은 것도 아니고, 그런 법적대응이 진행되었다는 사실도 없다,

가장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거나, 이런 자유가 믁정한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잣대에 의해 내가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고,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은 망발이거나, 규제되지 못한 자유라고 말하는 이 이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우리 사회가 가지는 이 모순된 이중성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전자는 현대에 사는 몸으로 정신은 과거에 사는 것이라 말하고, 후자는 몸과 정신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라 표현하면 약간의 개념차이는 있겠지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성이 설명될 것인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사는 법관들이고

도대체 어느나라 국민 여러분들인가?

☞ 민주의봄날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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