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된 동명 TV 드라마가 원작
마이클 만 감독의 ‘액션 명품’
투캅스 마약소탕 수사 다뤄
마이클 만 감독의 ‘액션 명품’
투캅스 마약소탕 수사 다뤄
영화 ‘마이애미 바이스’
〈히트〉 〈콜래트럴〉의 마이클 만 감독은 사실감 넘치는 총격 액션과, 도시를 매력적으로 잡아내는 화면으로 유명하다. 〈마이애미 바이스〉는 만 감독의 이러한 비주얼적 스타일과 재능의 극한을 보여준다. 특히 그가 〈콜래트럴〉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에이치디(HD) 카메라는 이 영화에 이르러 필름의 대체라는 수사를 온전히 떼어내고 그 자체의 미학을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도심 총격전은 말할 것도 없고 제트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름과 보트가 질주하는 푸른 바다 등 단순하기 짝이 없는 풍경까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거친 화면의 질감과 놀라운 속도감으로 만들어낸 강렬하면서도 깊이있는 화면은 붓이 아닌 카메라로 구현한 21세기식 인상주의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마이애미 바이스〉는 1984년 시작됐을 때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영상과 빠른 편집 때문에 ‘엠티브이 캅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동명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원작이다. 마이클 만은 원작 시리즈를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는 시리즈 초반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에서 얼개를 가져와 두 주인공 형사의 위험한 마약밀매 잠입수사를 그린다. 마이애미로 유입되는 대규모 마약밀매 조직을 캐내려던 미 연방경찰(FBI)의 수사작전이 정보원 노출로 실패하자, 연방경찰은 마이애미 경찰인 소니(콜린 패럴)와 리코(제이미 폭스)를 마약 운반책으로 위장시켜 조직 내부로 침투시킨다. 국제적인 조직망의 우두머리가 은신한 아이티까지 건너간 두 형사는 중간 보스의 의심 속에서 줄타기 같은 수사를 펼치며, 소니는 이 조직의 부두목쯤 되는 여자 이사벨라(궁리)에게 접근했다가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마이애미 바이스〉는 카리브해를 가운데 두고 흩어져있는 도시를 가로지르며 진행된다. 페라리 컨버터블을 타고 도심을 빠져나온 두 형사는 제트기를 운전해 아이티로 가고 거기서 소니는 이사벨라와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스피드보트를 타고 쿠바 아바나로 향한다. 최첨단 운송장비를 이용해, 카리브해를 출근길 한강 건너듯 넘나드는 속도감과 스케일은 화면에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역동성을 준다. 이렇게 과도한 동선은 폼의 과잉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클 만 감독은 첨단 제트기의 날렵한 움직임, 아바나의 후끈한 클럽 분위기 못지 않게 아이티 뒷골목의 뒤엉킨 전깃줄 등 무심하고 평범한 풍경들조차 매혹적으로 잡아낸다. 몇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 이처럼 영화의 모든 장면을 강박적인 완벽주의로 완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마이클 만의 장인정신은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드보일드한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전공으로 해온 감독의 영화답게 두 주인공들은 추격과 체포라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간다. 여기에 끼는 로맨스와 비극은 두 남자의 공적 임무와 대비되다가 끝내 그 자리를, 남자들의 범인을 잡으려는 집념에 내주면서 오히려 어렴풋한 낭만성을 남긴다. 다만 캐릭터가 보여주는 개성이나 두 남자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긴장감 등은 전작들에 비해 조금 밋밋하다. 그러나 이 아쉬움은 유연한 이야기 전개와 매혹적인 화면이 주는 즐거움에 비하면 작은 투정에 불과할 것이다. 17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유아이피코리아 제공
사진 유아이피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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