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하는 영화 〈13구역〉은 상영시간 85분 가운데 초반 30분을 주인공 소개에 할애한다. 두 주인공 레이토(데이비드 벨)와 다미앙(시릴 라파엘리)은 대사도 거의 없다. 단지 벽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땅으로 점프하고, 또 일당백으로 적의 관절을 뚝뚝 부러뜨려 고꾸라뜨린다. 하지만 할리우드 액션 영웅들이 두르고 나오는 초호화 특수장비도 하나 없이 ‘잘 단련된 몸’ 하나로 적과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두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30분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진다.
나머지 55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수임무를 부여받아 팀을 이룬 두 사람이 적들의 심장부로 들어가 오로지 ‘몸’ 하나로 헤쳐나간다. 이민 범죄자 집단이 장악해버려 정부도 포기해버린 파리의 게토 ‘13구역’. 13구역의 독재자 타하(비비 나세리)에 맞서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레이토와 특수경찰 최정예요원 다미앙은 탈취당한 핵폭탄을 되찾으라는 임무를 받고 13구역에 투입된다. 하지만 가까스로 핵폭탄을 손에 넣은 순간, 두 사람은 숨겨진 음모를 간파한다.
이민자 거주지역을 범죄구역으로 만든 마약밀매업자 타하와 그의 지배구역을 게토화시킨 것도 모자라 아예 초토화시켜 버리려는 영화 속 정부의 모습은 프랑스 정치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힌다. 그게 지나치게 노골적이지만, 날것 같은 알몸 액션이 촘촘한 액션설계 속에 빛을 발하면서 누그러뜨려 준다.
뤼크 베송이 제작하고 그의 제작사 유로파에서 〈더 독〉 〈트랜스포터〉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던 피에르 모렐이 감독했다. 하지만 속도감 있고 합이 잘 맞는 액션은 상당 부분 두 배우의 공으로 돌려야 할 듯하다. 데이비드 벨은 15살에 파쿠르(맨몸으로 빌딩을 오르고,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창안하고 클럽 ‘야먀카시’를 만든 액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며, 시릴 라파엘리는 스턴트맨과 무술감독 출신의 베테랑 액션 연기자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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