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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 ‘폴리스 비트’, 상상과 실화 뒤엉킨 서늘한 현실

등록 2006-09-06 18:43

지(파페 S 니앙)는 세네갈에서 미국 시애틀로 이민 온 흑인 경찰이다. 미국에서 사귄 여자 레이철이 자기에게 전화하겠다고 해 놓고는 전화 없이 떠난다. 영화는 그날부터 일주일 동안 시애틀을 순찰하는 지와 그가 마주치는 사건들을 펼쳐보인다. 그 사이사이로 지의 상상과 독백을 섞는다.

지의 상상은 오로지 레이철에 관한 것이다. 레이철은 다른 남자와 함께 캠핑을 떠났다. 핸드폰은 아예 받질 않는다. 며칠이 지나서 지의 핸드폰에 음성 메시지를 남길 뿐이다. 지는 레이철이 그곳에서 어떻게 지낼지, 다른 남자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끝없이 상상한다. 그 상상이 절박해지고, 절망적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시애틀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절박하고 처참해진다.

〈폴리스 비트〉는 로빈슨 데버가 감독한 미국 독립영화다. 2005년 토리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야기보다 이미지와, 주인공의 연상을 가지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주인공의 상상을 엮어간다.

다분히 몽환적이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치는 사건들은 시애틀에서 벌어진 실화들이다. 여자 소리가 들린다며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큰 칼로 새를 난도질하는 정도의 기행에서 시작해 남의 집에 들어가서 자위하는 남자, 슈퍼에 진열된 생고기를 뜯어먹는 이, 나아가 자살과 살인까지 영화 속 사건들은 어딘가 엽기적이고 차갑다.

로빈슨 데버 감독을 “유순한 데이비드 린치”라고 말한 한 외국 평론가의 평처럼, 이 영화는 린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실감이 있으면서 서늘하다.

마치 추운 데서 자면서 꿈을 꾼 것 같다. 8일 서울 필름포럼 단관 개봉.

임범 기자


사진 이모션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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