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정체를 숨긴 자 ‘엑스’(X)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다섯 남자가 한 공간에 모인다. 단 한 번의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환(문성근), 범인보다 더 악한 짓을 일삼다 쓴맛을 본 전직 형사 류(주진모), 다혈질 마약장수 노(홍석천), 냉정한 싸움꾼 정(김현성), 인생의 한방을 꿈꾸는 규(박준석)다. 이들은 엑스의 정체를 몰라 찜찜해하지만, 인생을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큰 건’이라는 데 합의를 보고 계획을 진행시킨다.
류, 노, 정, 규는 엑스의 계획대로 은행에 들어가 양도성 예금증서를 훔친다. 은행 여직원까지 인질로 붙잡은 네 사람은 환이 기다리고 있는 약속장소로 간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다. 하지만 양도성 예금증서를 현금화하기로 했던 환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다. 남은 네 사람은 이제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한 채, 엑스를 찾고자 서로 궁지에 몰아넣는다.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김태경 감독)이 주인공과 관객들에게 던지는 물음은 단순하고 선명하다. ‘엑스는 누구인가?’. 영화는 이 물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려는 듯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다섯 남자의 숨겨진 과거와 범행 모의 과정들을 빠른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또 영화 끝부분까지 ‘엑스’의 존재를 도저히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영화가 제시하는 단서들을 따라가는 과정에도 긴장감이 뒤따른다. 그래서 지루할 틈은 별로 없다.
하지만 ‘엑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은 반전의 ‘충격’보다는 ‘허탈함’을 안겨주는 영화가 되어 버린다. ‘엑스’가 단서들에서 너무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지나치게 의외의 인물’인 터라, 관객으로서는 게임에 지고도 정당하게 졌다는 승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은 처음부터 관객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14일 개봉.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눈 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