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스톤베리’
글래스톤베리는 세계적인 규모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중음악 축제다. 우드스톡, 몬터레이 등은 전설로 남은 뮤직페스티벌이 됐지만 영국 남쪽 시골 글래스톤베리에서 1970년 처음 열린 이 축제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신화가 됐다.
음악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등을 만들어온 줄리언 템플이 연출한 〈글래스톤베리〉는 이 축제의 역사와 의미를 마치 진짜 축제처럼 시끌벅적하고 자유분방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음악 다큐멘터리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지 모르지만 무대 위의 뮤지션 못지않게 열광하는 관객들, 관객들이 직접 만드는 ‘해방구’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70년 자신의 농장을 가수와 관객들에게 열어주면서 이 축제를 만든 농부 마이클 이비스의 제안으로 작품이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주최 쪽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카메라는 소박한 축제로 시작해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운집하게 된 이 행사의 ‘상업적 변질’ 논란도 숨기지 않고 담장 설치와 히피 부랑아들의 출입금지에 대한 대답을 이비스에게 요구한다. 씻지도 않고 마약을 하면서 동네의 공기를 불온하게 만드는 젊은이들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마을 주민들의 반감도 예외가 아니다.
템플은 900시간에 이르는 촬영을 했으며 이보다 수십배 많은 과거의 자료화면을 모아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관객들이 벌이는 사건·사고의 창의성과 스케일이 놀랍고 흥미롭지만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벨벳언더그라운드, 밥 말리 등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거나 좀처럼 볼 기회가 없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다. 첫회에 신인 뮤지션으로 아침 공연을 했다는 데이비드 보위가 30년 만에 축제를 찾아와서 다시 펼치는 열광의 무대를 볼 때는 코끝 시큰한 감동까지 전해온다. 14일 스폰지하우스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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