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9시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구미호 가족> 시사회가 있었다. 한겨레 독자와 카스피코너스 고객을 초청한 시사회 행사였다. 출연배우와 연출진 등이 함께하는 시사회는 아니였지만 시사회를 기다리는 브로드웨이 극장 주변은 제법 활기찼다. 관객은 20대의 연인들이 대다수였고, 간혹 가족이 함께 오거나 친구들끼리 온 경우도 있었다. 아직 시사회가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5관규모의 복합상영관인 브로드웨이 극장의 로비는 북적거렸다.
시사회가 시작되고 릴이 돌아가자 극장내는 조용해 졌다가 곧 웃음바다가 되었다. 스포일러(spoiler)의 불안을 고려하여 줄거리를 다 노출할 수는 없지만, 엽기 뮤지컬 코미디물인 <구미호 가족>은 제법 볼거리를 갖춘 영화였다. 잔혹한 컷들과 출연배우들의 노래와 춤, 슬립스틱 코미디들이 제법 잘 어울렸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되고픈 구미호 가족이 사람의 간을 노려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서커스단을 차리고, 거기에 몰카배우인 기동(박준규)가 얽혀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거기에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럼, 구미호들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건 말해줄 수 없다. 영화를 한 번 보는 수 밖에.
<구미호 가족>은 <공동경비구역>, <태극기 휘날리며>로 유명한 한국영화의 명가 MK픽처스의 작품이다. 저명한 제작자 심재명씨가 제작을 하였다. <구미호 가족>은 일반대중을 겨냥한 오락영화이지만 이미 개봉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가문의 부활> 등과는 달리 쟝르라는 화두를 염두에 둔 영화이다. 그 화두는 쟝르의 부활이 아니라 엽기, 뮤지컬, 코미디의 세장르를 믹스한 퓨전이다. 그 동안 엽기와 코미디를 섞은 한국영화는 더러 있었지만 거기에 뮤지컬까지 더해진 영화는 드물었다.
<구미호 가족>의 최대 매력은 뮤지컬적 요소이다. 스포일러(spoiler)의 불안을 고려하여 많은 사실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그간 TV의 영화소개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구미호 가족>의 노래와 춤은 참 볼만하고 들을 만 하다. 첫째딸 역을 맡은 박시연은 아직 미숙한 연기력을 섹시한 무용과 노래로 잘 만회하고 있고, 우리에겐 쌍칼로 알려진 박준규는 잘 부른 노래들, 그리고 무엇보다 코믹연기로 우리를 만족시킨다.
<구미호 가족>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하는 배우는 다름아닌 막내역의 고주연이다. 아직 13살 밖에 안먹은 어린배우이지만 <청연>, <낭만자객>, <안녕,형아>와 그 밖의 다수 TV물로 연기경력을 쌓았다. 그 동안의 주요역할은 <청연>의 어린 경원역처럼 주연 여배우의 어린시절역을 많이 하였지만 <구미호 가족>에서는 독립된 캐릭터로 똘망똘망한 연기력을 보인다. 말귀 잘 알아듣는 총명한 어린이 배우라는 평판을 듣는다고 한다.
아버지역 주현의 캐스팅은 다소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현은 코믹한 캐릭터로도 일가견이 있지만, 그 보다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곽 회장,<가족>의 아버지같은 휴머니즘적인 역할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든다. 이런 인간적인 분이 구미호라니! <구미호 가족>에서의 연기는 아들(하정우)와의 신경질적인 언쟁보다도 주현특유의 휴먼연기를 더 부각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미호 가족>은 퓨전쟝르라는 점을 착안하며, 배우들의 개성적인 연기에 집중하면서 감상하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셋트촬영이 많은 영화이므로, 셋트, 영화미술, 분장, 약간의 특수효과와 특수촬영 등 미쟝센적 요소에 주목에 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일 듯 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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