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때 그 사람들’ 무삭제판 첫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이 지난 8월 영화 마지막에 삽입된 다큐멘터리 부분 삭제에 대해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후 오리지널 버전으로 첫 상영됐다.
13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그 때 그 사람들'의 무삭제판이 상영된 후 이어 곧바로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임상수 감독은 "이 영화는 절대로 1979년도 있었던 그 때 그 사람들을 다룬 영화가 아니며, 이 영화는 저를 포함한 여러분들을 다룬 영화"라고 전제한 뒤 "그 때 그 사건이 있었을 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진 것 처럼 광화문에 나와 울었던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25년이 흐른 후에도 별로 다르지 않다. 1년전 법원에서 잘리게 했을 당시 요란했던 것이 1년반이 지나 원래대로 상영됐을 때 너무나 조용한 이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박정희와 그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거듭 밝혔다.
또한 "한국 사회나 여러분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부인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영화속 모습 보다, 보다 더 나은 태도나 인생을 살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것이며 이는 내가 내 작품을 만드는 이유이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그 때 그 사람들'의 제작사인 MK픽쳐스의 심재명 대표도 배석했다. 임감독은 솔직하면서도 다소 냉소적인 특유의 화법으로 극장을 꽉 채운 25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임감독은 오리지널 버전 상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영화감독들은 자기가 만든 장면을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직접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더 여러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정치적 사건이 많았는데 10ㆍ26을 선택했는데 이후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시절의 이야기를 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임감독은 "황석영 씨 원작의 '오래된 정원'을 이미 완성했다"고 말하며 "'바람난 가족'과 '오래된 정원'은 80년대를 그린 작품이다. '그 때 그 사람들'을 포함한 이 세 편이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임상수의 3부작이라 할 수 있다. '오래된 정원'에는 전두환 씨가 역시 다큐멘터리로 잠깐 등장한다"고 공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정면돌파를 하지 않은 것 같다'는 한 관객의 지적에는 "개봉했을 때 부터 많이 나왔던 이야기다. 박정희 씨를 싫어하는 쪽에서는 '박정희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혹은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했는데 영화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한 캐릭터를 아주 나쁜 사람으로 그리는 건 아주 쉽다. 그러나 난 그럴 의도가 없었다. 실제로 박정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본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가져주실 지에 더 관심이 많았을 뿐이다"고 대답했다. 한편 심재명 대표는 이 작품이 개봉된 후 논란이 예상됐는 데도 계속 끌고 나갔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겁이 없었던 것 같다. 돈도 벌 줄 알았다. '바람난 가족'도 우리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당시 돈을 좀 벌어 이 영화로도 돈을 벌 줄 알았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 후 "나는 제작자니까 작품적 성취 뿐 아니라 경제적 성취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그 근대적 사건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주는 트라우마가 엄청나다는 걸 새삼 더 실감했다. 영화의 사회적 책임이나 기능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훼손된 상태에서 개봉해야 했을 때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심대표는 "고민이 아니라 참혹한 심정이었다. '잘라낸 채 상영해라'는 사법부의 조건부 결정을 보며 아까 말했듯 우리 시대에 남아있는 박정희 씨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잘라서 상영해라는 건 한국영화사에서 전무후무한 조치였고, 이로 인해 일생일대의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역사를 다룬 작품의 객관성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질문에 임감독은 "영화나, 예술작품은 뭔가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뭔가를 느끼게 하려면 공정한 척 해야 하고, 객관적인 척 해야 한다"는 특유의 화법으로 답하기도 했다. 가수 김윤아가 심수봉 역을 맡은 데 대해서는 "김윤아 씨가 거의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출연했다. 그에 대해 말은 안해 봤지만 그건 그 분의 정치적 신념이 있어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대표는 임상수 감독 영화의 특성에 대해 "여러분들도 보다시피 임감독이 냉소적인 이야기도 하시고 참 불량하게 보이시죠"라고 되물은 뒤 "불량한 것에 대한 영화적 매력이 크다. '그 때 그 사람'만 봐도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나 미워했던 사람이나 두 쪽 다 미워했다. 임감독의 영화는 어느 한 쪽만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그게 임감독 영화가 한국영화에서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정치적 사건이 많았는데 10ㆍ26을 선택했는데 이후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시절의 이야기를 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임감독은 "황석영 씨 원작의 '오래된 정원'을 이미 완성했다"고 말하며 "'바람난 가족'과 '오래된 정원'은 80년대를 그린 작품이다. '그 때 그 사람들'을 포함한 이 세 편이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임상수의 3부작이라 할 수 있다. '오래된 정원'에는 전두환 씨가 역시 다큐멘터리로 잠깐 등장한다"고 공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정면돌파를 하지 않은 것 같다'는 한 관객의 지적에는 "개봉했을 때 부터 많이 나왔던 이야기다. 박정희 씨를 싫어하는 쪽에서는 '박정희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혹은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했는데 영화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한 캐릭터를 아주 나쁜 사람으로 그리는 건 아주 쉽다. 그러나 난 그럴 의도가 없었다. 실제로 박정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본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가져주실 지에 더 관심이 많았을 뿐이다"고 대답했다. 한편 심재명 대표는 이 작품이 개봉된 후 논란이 예상됐는 데도 계속 끌고 나갔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겁이 없었던 것 같다. 돈도 벌 줄 알았다. '바람난 가족'도 우리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당시 돈을 좀 벌어 이 영화로도 돈을 벌 줄 알았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 후 "나는 제작자니까 작품적 성취 뿐 아니라 경제적 성취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그 근대적 사건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주는 트라우마가 엄청나다는 걸 새삼 더 실감했다. 영화의 사회적 책임이나 기능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훼손된 상태에서 개봉해야 했을 때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심대표는 "고민이 아니라 참혹한 심정이었다. '잘라낸 채 상영해라'는 사법부의 조건부 결정을 보며 아까 말했듯 우리 시대에 남아있는 박정희 씨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잘라서 상영해라는 건 한국영화사에서 전무후무한 조치였고, 이로 인해 일생일대의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역사를 다룬 작품의 객관성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질문에 임감독은 "영화나, 예술작품은 뭔가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뭔가를 느끼게 하려면 공정한 척 해야 하고, 객관적인 척 해야 한다"는 특유의 화법으로 답하기도 했다. 가수 김윤아가 심수봉 역을 맡은 데 대해서는 "김윤아 씨가 거의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출연했다. 그에 대해 말은 안해 봤지만 그건 그 분의 정치적 신념이 있어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대표는 임상수 감독 영화의 특성에 대해 "여러분들도 보다시피 임감독이 냉소적인 이야기도 하시고 참 불량하게 보이시죠"라고 되물은 뒤 "불량한 것에 대한 영화적 매력이 크다. '그 때 그 사람'만 봐도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나 미워했던 사람이나 두 쪽 다 미워했다. 임감독의 영화는 어느 한 쪽만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그게 임감독 영화가 한국영화에서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말했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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