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영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미국의 ‘라디오 버라이어티 라이브 쇼’ 제목이다. 이 쇼는 1974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400만명의 애청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에게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영화는 실제 프로그램인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소재로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마지막 방송을 한다는 허구적인 설정을 담았다.
피츠제럴드 극장에서는 미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라디오 생방송 쇼를 30년 넘게 방송하고 있다.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다. 하지만 극장이 텍사스 기업에 팔리면서 쇼도 마지막 방송을 맞는다. 이날 극장에는 텍사스 기업에서 파견된 남자와, 이 쇼를 듣다 차 사고로 죽어 천사가 된 여자가 나타나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프레리 홈 컴패니언’과 함께 성장하고 늙어온 출연자와 스태프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쾌하게 쇼를 만들어 간다. 욜란다 존슨(메릴 스트립)과 론다 존슨(릴리 톰린) 자매, 더스티(우디 해럴슨)와 러스티(존 시 레일리) 듀오 등 터줏대감들이 애창곡과 신곡들을 들려준다. 무대 뒤에서 엄마의 공연을 지켜보며 자란 욜란다의 딸 롤라(린지 로한)는 이 마지막 방송을 통해 얼떨결에 데뷔 무대를 치른다. 이 프로그램의 실제 진행자이자,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지케이(개리슨 케일러)도 마지막 멘트조차 하지 않은 채 평소 모습 그대로 무대를 지킨다.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시간의 흐름, 죽음과 끝에 관한 성찰을 보여주는 영화다. 슬픔과 회한이 가득 담긴 화려한 마지막을 기대하기 쉽지만, 영화는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잔잔하고 담담하고 소박하고, 또 유쾌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이내 소멸해버린다고, 그러니 유난 떨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메릴 스트립과 린지 로한 등 스타급 출연자들이 최상의 기량으로 직접 들려주는 컨트리, 포크, 재즈 등의 노래가 그 담담함으로 인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여지를 막는다.
전정윤 기자,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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