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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필진] 콜롬비아 청년 에디슨의 죽음

등록 2006-10-24 18:42

콜롬비아

우리는 '콜롬비아'에서 무엇을 연상할까? 우주 왕북선 '컬럼비아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같은 이름의 등산 제품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나다에 연고가 있다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를 생각할 수도 있다. 혹시 남미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비극의 땅 '콜롬비아'를 떠올린다면, 이 콜롬비아라는 나라에서 연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커피의 나라를 떠올리거나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역사를 기억한다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내전과 마약으로 이 나라를 기억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도 끊이지 않은 내전과 난민, 그리고 미국에 유통되는 코카인의 80%, 헤로인의 90%가 콜롬비아에서 재배되어 밀반입 되었다는 사실로 보아 마약과 내전의 나라로 콜롬비아를 인식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콜롬비아에서 친미 우파인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강력한 반 게릴라, 마약 정책으로 치안이 안정되고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대화보다는 무력사용을 통한 반군퇴치를 강조하며 게릴라에 대항하는 지역 민병대에도 무기를 공급하여 얻은 성과라고 하니 과연 친미정권답다. 최근에는 산토스 부통령이 한국과의 FTA 체결을 희망한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언론의 보도대로 친미 우파 정권의 정책이 이 비극의 땅 콜롬비아에 평화를 가져온 것일까? 안타깝지만 이들의 노력이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 있다. 여기에 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La Sierra

2005년에 제작된 이 53분의 다큐멘터리는 오늘날 콜롬비아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사진기자 출신의 미국인 Scott Dalton과 AP 통신 기자 콜롬비아인 Margarita Martinez가 공동으로 연출한 영화 La Sierra(www.lasierrafilm.com)은 3명의 젊은이를 통해 콜롬비아 내전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약 밀매 지역인 메델린의 La Sierra라는 마을을 지키기 위한 '블럴크 메델린'이라는 민병대의 일원인 이들은 거의 10대이다. 블럴크 메델린은 ELN(민족 해방군 : National Liberation Army or Ejercito de Liberacion Nacional)에 대항해 마을의 자치권을 지키려는 준군사조직이다. 정부는 60년대 부터 시작된 좌익반군 단체와의 내전으로 전 국토의 절반에 대해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여기에 무정부상태와 다름없는 지방에서 주민들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구성한 민병대 중의 하나가 블럴크 메델린인 것이다.

이 조직의 리더인 에디슨(가명)은 촬영 당시 22살이고 15살부터 전투를 시작해 7년간 이 생활을 지속해왔다. 16살의 하이디를 비롯한 4명의 소녀와 사실혼 관계에 있고 8명의 자식을 남겼다. 17살 소녀 시에로는 15살에 블럴크 메델린의 일원이던 남편이 죽어 아들 하나를 홀로 키우고 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이 아이는 벌써부터 아버지를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녀는 지금 구속된 블럴크 메델린의 또 다른 멤버 카를로스와 열애중이다. 19살의 헤수스 역시 블럴크 메델린의 조직원으로 폭탄 제조 과정에서 한쪽 팔을 잃었다. 그는 아들과 평온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총을 놓지는 않는다. 감독은 이 3명을 주인공으로 2003년 1월 부터 12월까지 이들의 삶을 기록하였다. 폭력과 죽음은 이들의 일상이고 촬영중에도 총격전은 멈추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나이에 맞게 삶의 방향을 고민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당장 내일 죽을지 모르는 이 어린 주인공들은 그 사실을 잊기 위해서라도 매일 술과 마약, 섹스에 탐닉한다.


콜롬비아 청년 에디슨의 죽음

이렇게 콜롬비아 내전의 비극과 여기에 휩쓸린 젊은이들의 두려움, 그리고 그들의 연애와 폭력, 마약에 탐닉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결국 에디슨의 죽음까지 카메라에 담게된다. La Sierra의 거리를 걷던 그를 경찰이 저격한 것이다.

이 영화는 콜롬비아가 치안을 회복하고 경제성장이 본격화 되었다고 보도되던 바로 그 때 촬영된 것이다. 영화는 이 세 젊은이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이들을 이 절박한 상황으로 내모는 구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친미 우파 정권의 강력한 무력 정책은 반군과 마약이라는 문제를 해결한듯 보였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채 이 청년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었던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는 내전의 피해로 최근에만 3만명의 희생자를 만들었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는 에디슨의 죽음으로 블럴크 메델린이 해체되고 마을은 평화를 찾은것 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구조의 문제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블럴크 메델린은 '카치크 누타바라'라는 이웃 조직에 흡수되었고 ELN 게릴라는 여전히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를 포기하고 강력한 반군 소탕 정책으로 이 '총든 아이들'을 모두 죽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현 콜롬비아 정부의 정책은 무모하다 못해 순진하다. 이데올로기의 투쟁에서 시작된 내전은 마약을 끼고 이권 다툼으로 변했으며 난립하는 민병대와 우익테러단체는 구역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전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우리는 콜롬비아를 통해 무엇을 인식하는가?

서두의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우리는 콜롬비아를 통해 무엇을 인식하는가? 이 비극에 영화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듯 이 글에서도 해결책을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적나라하지만 추하지는 않고 우리가 무관심 했던 콜롬비아의 현실에 집중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채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평가 받을지라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할 수 있다는 역사의 진리를 이 영화는 아프게 보여준다. 이것은 현재 북한 핵을 둘러 싼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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