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거원시네마 제공.
데스노트
<데스노트>(감독 가네코 슈스케)는 현재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모두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원작 만화의 후광 덕을 톡톡히 봤다.
오바 츠구미(글)와 오바타 다케시(그림)의 <데스노트>는 사신(죽음의 신)이 떨어뜨린 노트에 이름이 쓰여진 사람은 죽는다는 기발한 설정 안에 두 천재 소년의 두뇌 싸움을 버무렸다. 여기에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촘촘하게 심어놓았다. 이 만화는 일본에선 2100만부가 팔렸고, 한국에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만화 판매부수 1위를 기록했다. 이 힘을 등에 업고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도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만화의 그림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재미다. 사신 류크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거의 똑같이 만들어 보여준다. 외모로만 보면 데스노트로 악인을 처단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천재 야가미 라이토역의 후지와라 다쓰야는 제격이다. 눈밑을 까맣게 칠하고 단 것을 탐하며 라이토에 맞서는 천재 수사관 엘(L)역의 마쓰야마 겐이치도 만화에서 걸어나온 듯하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대니 캘리포니아’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영화는 만화의 스토리가 주는 긴박감을 실어나르지 못하고 늘어진다. 만화에 담은 추리 게임의 큰 줄기를 따라잡는 데 급급하다. 사신 노릇이 지겨워진 류크는 재미로 데스노트를 떨어뜨린다. 라이토는 이 노트에 흉악범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는데 모두 심장마비로 죽는다. 그는 자신을 좇는 수사관들마저 교묘히 살해하며 데스노트의 이용방법을 하나씩 깨달아간다.
라이토의 여자친구 아키노 시오리(가시이 유우)의 구실을 원작보다 늘렸는데 둘의 멜로는 겉돌고 난데없다. 후지와라 다쓰야의 연기는 힘이 너무 들어가 1970년대 영화 같은 느낌마저 준다. 정의감과 권력욕은 어떻게 다른지, 올바른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는지 등 깊숙한 메시지는 헐거운 연출 사이로 빠져나갔다. 등장 인물들의 입으로 ‘밑줄 쫙’ 그어 정리해주고 만다.
이번에 개봉하는 게 전편뿐이기 때문에 줄거리가 밋밋할 수도 있다. 본격적인 라이토와 엘의 대결은 라이토가 수사본부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이 부분부터는 일본에선 1일, 한국에선 내년 1월께 개봉하는 후편에 담긴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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