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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크아앙~사각선 뚫는 호랑이 포효

등록 2006-11-16 22:14수정 2006-11-17 14:58

호랑이만을 그린 고 안수길씨의 호랑이 작품.
호랑이만을 그린 고 안수길씨의 호랑이 작품.
‘호랑이 만화가’ 안수길씨 ‘호이’ 출간
1주기 맞아 유일 장편 4년 공들여 결실
세밀한 펜 묘사 작가주의 작품 정평

18년동안 호랑이에 미쳐 호랑이만을 그린 만화가 안수길의 유일한 장편만화 〈호이-대자연의 계승자〉(바다출판사)가 지난 15일 그의 타계 일주기에 맞춰 출간됐다.

부모를 백호한테 잃은 아기 호랑이 호이가 살던 곳에서 쫓겨나 동토로 가서 온갖 시련을 겪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살상을 즐기며 자연을 파괴하는 백호를 응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비교적 평범한 줄거리.

하지만 470여쪽 처음부터 끝까지 펜선이 살아있다. 주인공 호랑이의 동작과 묘사가 생생하고 세밀해 금방이라도 사각형 구분선을 튀어나와 포효할 듯하다.

고 안수길씨의 호랑이 작품.
고 안수길씨의 호랑이 작품.
만화가 백성민씨는 “안수길의 작품은 하루에 한두 컷밖에 그려내지 못할 정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1998년 일본 고단샤가 내는 만화잡지 〈주간모닝〉에 처음 연재되고 2001년 새로 그린 작품을 더해 같은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발행된 이 작품은 제작 과정에서 하루 한두 컷 피 말리는 작업에다 까다로운 출판사 편집자들과 매번 수정하느라 진행이 더뎌 완성되기까지 4년이 걸릴 만큼 작가의 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작품은 호랑이라는 특이한 소재와 정밀한 묘사로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1990년 요미우리 국제카툰 콘테스트에서 시사카툰으로 입선하면서 실력이 일본에 알려진 안씨는 1994년 고단샤 〈주간모닝〉에 〈호랑이 이야기〉를 연재하게 되었다. 새내기 만화가로서는 파격 대우였다. 단행본 역시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발행되고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형식이었다. “그림의 작품성보다는 이야기 흐름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는 일본형 망가 세계에서 뛰어난 데생실력을 바탕으로 한 사실체의 그림들로 구성된 안씨의 작품은 특이한 존재였을 것”이라는 게 만화평론가 손상익씨의 평가다.

창작활동 당시 안씨는 일주일에 3~4일을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에 찾아가 가까이에서 호랑이의 동작과 포즈를 관찰, 스케치, 사진촬영 하는 등 기초작업을 탄탄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호랑이 그림도감〉(2004년)이란 책까지 펴냈을 정도. 그는 서문에서 “골격과 근육의 구조는 물론 줄무늬의 형태와 생태적 습성까지 자세히 알아야 제대로 된 그림 그릴 수 있다”며 “수만마리도 더 그리고 그렸다”고 썼다.

그가 그토록 호랑이에 매달린 것은 호랑이가 우리 민족을 대표한다고 여겼기 때문. “호랑이는 원산지가 시베리아 연해주 지방으로 우리의 옛땅 고구려·발해와 일치하고,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으면서 내색하거나 뽐내지 않는 겸손, 당당하고 미려한 외모 등이 우리 민족과 흡사하다”고 술회했다.(〈호랑이 그림도감〉 서문)

호랑이 만화가 고 안수길씨.
호랑이 만화가 고 안수길씨.
그의 호랑이 만화는 한국만화 가운데 몇 안 되는 작가주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지만 만화작가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고 잘 안 팔리는 그림만 그렸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고 손상익씨는 말했다. 그의 그림에 반해 유일한 문하생이 되었다가 아내가 된 김보희(36)씨는 “남편은 메인 컷에는 절대 남들이 손을 못대게 할 정도로 자신의 그림에 철저했다”면서 “그이는 생전의 바람대로 죽어서 호랑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2005년 위정맥 수술 도중 42살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호랑이 이야기〉는 한겨레 주주 독자 매거진인 〈하니바람〉 인터넷판(http://hanibaram.hani.co.kr)에서 12월부터 연재돼 독자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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