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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절망과 고독의 몸부림 ‘섹스의 난장’

등록 2006-12-25 16:41수정 2006-12-25 17:37

<숏버스>
<숏버스>
숏버스

<헤드윅>을 만든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의 신작 <숏버스>는 실제 성교 장면을 담고 노출 수위가 높아 논란을 몰고 다녔다.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과 부산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이 작품이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아직 개봉은 정해지지 않았고, 1월초에 나올 심의 결과에 앞서 서울시네마테크협의회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9~30일 이 영화를 특별상영한다.

소피아(숙인 리)는 성 상담을 해주지만 정작 자신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고 남편에겐 거짓으로 즐거운 척 해준다. 제이미(피제이 드보이)와 제임스(폴 도슨)는 동성 연인 사이다. 제이미는 제임스를 뜨겁게 사랑하지만 제임스는 자살을 꿈꾼다. 세브린(린지 비미시)은 피학 성향 성욕을 지닌 손님들을 학대해 주며 돈을 번다. 이게 그가 맺는 인간관계의 전부다. 이들이 뉴욕의 한 지하 클럽 ‘숏버스’에 모인다. 숏버스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놀리는 은어다. 숏버스의 여장 남자 마담 저스틴 본드가 “전쟁 대신 섹스를”이라며 모토로 집단 성교하는 방을 소개한다.

주인공들의 정사 장면은 몸부림처럼 그려진다. 노골적이며 우스꽝스럽다. <헤드윅>에서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경계인 주인공이 부르는 ‘사랑의 기원’의 노랫말을 닮았다. 완전한 하나를 꿈꾸며 절박하다. 정사만큼 강렬한 건 서로 나누는 시선이다. 동성애자인 걸 숨기고 살아온 노인은 자신도 “흡수성을 잃었던 젊은 시절”에 대해 쓴웃음을 짓는다. “흡수성이 없는 정상인들은 우리를 내치지.”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젊은 남성 세스(재이 브래넌)는 입을 맞춘다. 소피아에게 ‘숏버스’의 고객들은 오르가슴의 느낌을 묘사한다. 그건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며 “평화”다. 세브린은 소피아에게 귀엣말로 자신의 본명을 속삭인다. ‘숏버스’에서는 밤마다 축제가 열리는데 절망 속에서 희망을, 고독 속에 연대를 버무리는 한바탕 난장이다.

실제 정사장면 담아…등급분류 향방 주목

<헤드윅>에서 그랬던 것처럼 영화 음악이 빼어나다. 전자음을 뺀 기타에 담백한 목소리가 얹히며 피아노, 트럼펫, 바이올린이 어우러져 애잔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배우들 몸에 맺힌 체액은 주인공들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처럼 외로워보인다. <숏버스>는 이들의 상처를 닦아주며 외부자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는 해방구를 경쾌하고 유머 넘치게 소개한다.

배급사인 스폰지는 지난 21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희망등급을 ‘18세 이상 관람가’로 써 등급분류를 신청했다. 조성규 스폰지 이사는 “제한상영가 판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장면을 삭제하거나 가려 재심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면 서울아트시네마와, 부산시네마테크 두 곳에서만 관객을 만나게 된다.

김소민 기자,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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