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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할머니들 안에 ‘소녀’ 있다

등록 2007-01-08 08:51

여성성 복원된 ‘올미다’ ‘마파도2’ 출연진
노인문제 관심 많은 두 감독이 연출
"색깔 있는 빤스(팬티) 한번 입어보고 죽어야겠수."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에서 암에 걸린 둘째 할머니(서승현)의 대사다.

드라마ㆍ영화 등을 통해 여성성이 거세된 것처럼 묘사돼 온 할머니들이 최근 속내를 살포시 드러냈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야"라고 외치는 귀여운 할머니들은 이제 영화 속 들러리가 아닌 당당한 주인공들.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감독 또한 평소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현직 방송 PD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올미다'를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현역 방송국 예능프로그램 PD. 1년여 동안 화제 속에 방영된 KBS시트콤 '올미다'를 연출했고, 이어 이 시트콤을 영화로 옮긴 영화 '올미다'의 메가폰도 잡았다.

김 감독은 시트콤 연출 당시에도 김영옥ㆍ한영숙ㆍ김혜옥 등 미자(예지원)의 세 할머니들을 통해 노인문제를 진지하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마파도2'를 연출한 이상훈 감독은 SBS 예능 PD 출신. 스스로 '노인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 감독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많은 상을 휩쓴 노인 소재 프로그램 '좋은 세상 만들기'를 연출했다.

4년 동안 전국을 돌며 많은 할머니들은 만났다는 이 감독은 "할머니들 얘기가 아니었다면 '마파도2'의 연출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할머니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된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할머니들의 모습은 어떨까?

"노인이 되면 소녀로 돌아간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할머니들은 소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화 '올미다'의 둘째할머니는 사랑을 막 시작한 10대 후반 소녀의 모습이다. 동네 표구사 주인 곽씨 할아버지(박웅)를 짝사랑하는 둘째할머니. 그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안 첫째할머니(김영옥)는 "내가 찜했지만 너 줄게"라고 말한다. 둘째할머니의 사랑 고백과 동네 골목에서의 기습 키스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백발의 동네 할머니가 "검버섯 하나 없이 탱탱해 가지고… 귀여워. 나도 너만 할 때가 있었는데"라는 말에 수줍어하는 첫째할머니의 모습에는 소녀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마파도2'의 '빡센' 할매(할머니)들도 '그녀'라고 칭해도 좋은 만큼 마음은 20살에 머물러 있다.

'절구통' 몸매지만 대담한 디자인의 슬립(slip 여성용 속옷)에 눈이 가고, "할머니 가슴은 젖"이라는 핀잔에도 "나는 이래 봬도 C컵이여"라며 브래지어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애절한 드라마 속 사랑은 그들의 현실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 청년에서 산낙지를 먹여주며 "나는 둘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할 만큼 순수하다.

영화 속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꽃님 할매의 첫사랑 얘기는 가슴마저 뭉클하게 한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2~3년 전부터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최근 영화ㆍTV드라마 등에서 노인문제를 주목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면서 "노인들의 삶이 젊은이들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지 않다는 점, 몸만 노인이지 감정과 욕망은 젊은이와 같다는 점 등을 잘 보여주고 있어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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