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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30년 거슬러 1편으로 돌아간 ‘록키’

등록 2007-01-31 18:01

저공비행
요새 영화팬들 중 실베스터 스탤론의 대표작들을 직접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오리지널 〈록키〉를 본 사람들은 꽤 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머지 〈록키〉 영화들은? 〈람보〉 시리즈들은? 솔직히 〈람보〉 시리즈보다는 이 시리즈의 패러디 영화인 〈못말리는 람보〉에 더 친숙한 사람들도 의외로 많지 않을까? 자주 비교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와는 달리, 실베스터 스탤론의 대표작들은 벌써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하긴 이해가 되는 것이, 심심한 날 〈터미네이터〉나 〈터미네이터 2〉 디브이디를 보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록키 2〉나 〈람보 2〉를 보는 건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르게 스탤론의 1980년대 영화들은 쿨하지 않다. 스탤론을 우리가 아는 스탤론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그 80년대 영화들인데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는 스탤론은 배반의 결과이다. 그가 이미지의 씨앗으로 삼은 두 영화 〈록키〉와 〈람보〉를 그 이후에 나온 속편들과 비교해보라. 뭔가 굉장히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거의 1940년대 프랭크 캐프라 영화처럼 순진무구한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였던 〈록키〉나 작은 미국 마을에서 베트남 참전 군인이 경찰들을 상대로 벌이는 작은 전쟁 이야기였던 〈람보〉의 주인공들은 성조기 밑에서 소련 핵주먹을 때려잡는 권투선수나 동남아시아의 정글에서 원주민 병사들을 학살하는 반나체의 미국인 영웅과는 전혀 비슷해 보이지도 않는다. 1980년대 특유의 어떤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가 탁하고 빗나갔고, 우린 그 결과 발생한 이차적인 이미지를 스탤론의 얼굴로 삼은 것이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스탤론도 거기에 별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돈도 엄청 벌었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그는 계속 그 시기에 대한 변명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 같다. 하긴 나 같아도 그렇게 자기 경력을 대표하는 그 커다란 진공을 바라보고 있으면 뭐라고 하고 싶겠다.

지난해 말에 나왔고 지금은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스탤론의 신작 〈록키 발보아〉도 그런 변명의 일부처럼 보인다. 사실 그는 90년에 〈록키 5〉로 비슷한 변명을 시도한 적 있다. 하지만 1편의 뿌리로 돌아가 시리즈를 끝마치기 위해 만들었던 이 작품은 거의 총체적 재난이었다니, 스탤론으로서는 한 번쯤 더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결과는 어떠냐고? 1편과 똑같다. 단지 30년 늙었다. 〈록키 발보아〉는 요새 젊은이들이 하는 짓이 영 만족스럽지 않고 정말 굉장했던 것 같은 젊은 시절에 집착하는 수다스러운 노인네와 비슷한 영화다. 가끔은 짜증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때문에 귀엽다. 좋은 점은 그가 기억하는 과거 대부분이 비교적 진실성이 드러나는 1편이라는 것이다. 하긴 황당하기가 거의 웬만한 에스에프를 능가했던 중간 영화들을 같은 비중으로 기억했다면 〈록키 발보아〉라는 영화 역시 마찬가지로 괴상해졌을 것이다.

듀나/영화평론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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