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 신임회장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 신임회장
배우는 억대 스탭은 최저임금 못미쳐
연예권력 남용해 산업 흔들면 안돼
이달안 영화노조와 협상 타결되면
선진적인 산업구조 갖추게 될 것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비트>…. 차승재(47)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 공동대표는 기발한 영화들을 내놓으며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프로듀서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한국 영화 제작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는 지난해 제작된 한국영화 110편 가운데 <타짜> <비열한 거리> 등 12편을 만들어 관객 1700만명을 끌어모았다. 차 대표가 최근 영화 제작사 단체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의 새 회장이 됐다. 대표적인 영화사를 운영하는 데다 지난해부터 제작사쪽 교섭단장을 맡아 영화노조와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가 선임된 이유들이다. 지난 5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제작비부터 낮추고 싶다”며 “고액을 받는 스타 배우나 감독도 산업을 위해 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과 부가판권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편수가 늘어 한국영화끼리 제살을 파먹는 상황인데 제작비는 턱없이 많이 들어 제작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노조와의 단체 교섭도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 노·사 협약이 체결되면 제작 현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 영화계는 어떤지 들어본다. -선임된 소감을 “격랑을 해쳐 가는 선장의 심정”이라 표현했다. =영화 한편이 1천만명을 모으는 시대가 되면서 성공 신화가 생겼다. 무경험 제작자들이 너도 나도 망치 하나 들고 황금을 캐러 가듯 영화계에 들어와서는 기획이나 이야기보다 스타 감독이나 배우에 기대면서 개런티와 제작비를 올려놨다. 지난해 수익을 낸 영화가 10편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수익의 50%를 인센티브로 요구하는 감독, 20%를 요구하는 배우가 있다. 스타시스템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권력을 남용해 산업 자체가 흔들린다면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편당 7억~8억원 받는 연기자가 있는 반면 말단 스태프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영화를 찍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본이라는 혈액을 대서 산업을 돌리는 역할은 프로듀서가 하는데, 열락한 수익구조에선 엔진을 돌릴 수가 없다. 그땐 어디 가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가 연기하겠나. -영화노조와 단체 협상이 타결된다면 영화 제작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업무별 시간당 급여 등이 명확해져 선진적인 산업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다. 예전엔 스태프나 연기자나 작품 끝날 때까지로 모호하게 계약을 맺어서 작업이 늘어져도 똑같이 받았다면, 앞으로는 시간급과 휴일·야간 할증 등이 정해질 것이다. 그동안에는 하루 촬영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를 만큼 생산 구조가 느슨했다. 시간당 업무당 계량화가 안됐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 아래선 제작비도 알게 모르게 샌다. 협상이 타결되면 제작 구조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해질 것이다. 스케줄과 제작비 운영에 능숙한, 경력 10년 이상 된 사람들이 현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스테프들은 생활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인 4대 보험도 적용된다. 홍콩이나 일본에도 주당 노동 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단체 협약은 없다. 미국과 프랑스에는 세부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올해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는 어떤 작품을 내놓을 계획인가? =지난해 우리도 12편을 만들어 과도한 편수 제작에 일조했다(웃음). 지난해 보다 30% 줄여 8편 정도 만들 계획이다. 한국 영화 전체로는 연간 70~80편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외국과 합작하거나 국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소재라면 60억~80억 드는 대작도 만들 것이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와 최화진 감독이 <화산고 2>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타짜 2>도 만든다. 감독과 배우는 바뀔 것이다. 외국과 합작하는 작품으로는 <첩혈쌍웅> 리메이크 등을 추진 중이다. -<지구를 지켜라> 등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기발한 기획을 하던 싸이더스의 색깔이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과감해지지 못했다. 색깔이 옅어졌지만 없어지진 않았다. 8개를 만든다면 2개는 그런 색깔을 가져가고 나머지 6개는 대중적이며 시장친화적인 영화를 하고 싶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뮤지컬과 드라마도 기획중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999@hani.co.kr
연예권력 남용해 산업 흔들면 안돼
이달안 영화노조와 협상 타결되면
선진적인 산업구조 갖추게 될 것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비트>…. 차승재(47)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 공동대표는 기발한 영화들을 내놓으며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프로듀서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한국 영화 제작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는 지난해 제작된 한국영화 110편 가운데 <타짜> <비열한 거리> 등 12편을 만들어 관객 1700만명을 끌어모았다. 차 대표가 최근 영화 제작사 단체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의 새 회장이 됐다. 대표적인 영화사를 운영하는 데다 지난해부터 제작사쪽 교섭단장을 맡아 영화노조와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가 선임된 이유들이다. 지난 5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제작비부터 낮추고 싶다”며 “고액을 받는 스타 배우나 감독도 산업을 위해 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과 부가판권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편수가 늘어 한국영화끼리 제살을 파먹는 상황인데 제작비는 턱없이 많이 들어 제작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노조와의 단체 교섭도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 노·사 협약이 체결되면 제작 현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 영화계는 어떤지 들어본다. -선임된 소감을 “격랑을 해쳐 가는 선장의 심정”이라 표현했다. =영화 한편이 1천만명을 모으는 시대가 되면서 성공 신화가 생겼다. 무경험 제작자들이 너도 나도 망치 하나 들고 황금을 캐러 가듯 영화계에 들어와서는 기획이나 이야기보다 스타 감독이나 배우에 기대면서 개런티와 제작비를 올려놨다. 지난해 수익을 낸 영화가 10편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수익의 50%를 인센티브로 요구하는 감독, 20%를 요구하는 배우가 있다. 스타시스템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권력을 남용해 산업 자체가 흔들린다면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편당 7억~8억원 받는 연기자가 있는 반면 말단 스태프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영화를 찍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본이라는 혈액을 대서 산업을 돌리는 역할은 프로듀서가 하는데, 열락한 수익구조에선 엔진을 돌릴 수가 없다. 그땐 어디 가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가 연기하겠나. -영화노조와 단체 협상이 타결된다면 영화 제작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업무별 시간당 급여 등이 명확해져 선진적인 산업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다. 예전엔 스태프나 연기자나 작품 끝날 때까지로 모호하게 계약을 맺어서 작업이 늘어져도 똑같이 받았다면, 앞으로는 시간급과 휴일·야간 할증 등이 정해질 것이다. 그동안에는 하루 촬영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를 만큼 생산 구조가 느슨했다. 시간당 업무당 계량화가 안됐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 아래선 제작비도 알게 모르게 샌다. 협상이 타결되면 제작 구조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해질 것이다. 스케줄과 제작비 운영에 능숙한, 경력 10년 이상 된 사람들이 현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스테프들은 생활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인 4대 보험도 적용된다. 홍콩이나 일본에도 주당 노동 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단체 협약은 없다. 미국과 프랑스에는 세부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올해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는 어떤 작품을 내놓을 계획인가? =지난해 우리도 12편을 만들어 과도한 편수 제작에 일조했다(웃음). 지난해 보다 30% 줄여 8편 정도 만들 계획이다. 한국 영화 전체로는 연간 70~80편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외국과 합작하거나 국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소재라면 60억~80억 드는 대작도 만들 것이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와 최화진 감독이 <화산고 2>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타짜 2>도 만든다. 감독과 배우는 바뀔 것이다. 외국과 합작하는 작품으로는 <첩혈쌍웅> 리메이크 등을 추진 중이다. -<지구를 지켜라> 등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기발한 기획을 하던 싸이더스의 색깔이 퇴색했다는 지적도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과감해지지 못했다. 색깔이 옅어졌지만 없어지진 않았다. 8개를 만든다면 2개는 그런 색깔을 가져가고 나머지 6개는 대중적이며 시장친화적인 영화를 하고 싶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뮤지컬과 드라마도 기획중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9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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