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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저마다의 결핍 저마다의 탈출

등록 2007-02-12 17:53

리틀 칠드런
리틀 칠드런
리틀 칠드런

겉은 다 자란 어른이라도 마음 속에 결핍 하나쯤은 안고 살기 마련이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은 빽빽 울어대는 아이처럼 달래달라고 보챈다. 짐짓 젠체 하는 사람들도 이 울어대는 결핍 앞에선 허둥댄다. <리틀 칠드런>(감독 토드 필드)은 내면의 뻥 뚫린 구멍을 메우려는, 부질없어 보이는 몸부림을 경쾌하게 잡아낸다.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사라(케이트 윈슬릿)는 전업 주부지만 자신은 다른 주부와는 다르다고 애써 달래며 지리멸렬한 일상을 버틴다. 매일 아이와 놀러 나오는 놀이터에서 그는 잘 생긴 브래드(패트릭 윌슨)를 만나 묘한 떨림을 느낀다. 그건 브래드도 마찬가지다. 사법고시 준비생인 그는 시험에 잇따라 떨어졌다. 부인이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하며 낮에는 아들을 돌본다. 아내는 씀씀이가 헤프다고 브래드를 나무라고 아들은 엄마만 들어오면 아빠는 뒷전이다. 사라는 남편이 인텃넷 에로물을 보며 성욕을 푸는 걸 보게 되고 브래드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다.

이들이 사는 중산층 마을엔 골칫거리가 하나있다. 어린이 앞에서 성기를 노출해 징역을 살고 나온 로니다. 마을 주민들은 그의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돌려가며 그를 경계한다. 그런데 전직 경찰인 래리의 적대적 행동은 도가 지나쳐보인다. 래리는 실수로 어린이를 쏘아죽여 경찰옷을 벗었다. 그는 거의 매일 밤마다 로니의 집에 찾아와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낙서를 해댄다.

브래드는 사라를 통해 주도적인 남성으로 인정받고 싶다. 사라는 브래드와 사랑하며 일상에서 탈출하려 한다. 래리는 로니를 학대하며 소외감에서 오는 분노를 표출하고 자신의 잃어버린 가치를 확인한다. 이런 욕망이 먼저고 논리적 합리와는 그 뒤를 따른다. 주인공이 불륜을 벌이는 <마담 보바리>에 대해 사라는 애초엔 “여성비하적인 이야기”라고 해석하지만 이후엔 “원하지 않는 삶에 맞서는 나름의 방식”이라고 옹호한다. 래리는 자신이 로니를 감시하면 마을이 좀 더 안전해질 거라고 믿는다. <리틀 칠드런>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자를 내세워 동화책을 읽어주듯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끊임 없이 여기 말고 다른 곳, 지금의 나 말고 다른 나를 갈망하는 인물들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글 김소민 기자. 사진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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