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걸스>
60년대 여성보컬 ‘드림스’ 성공담
사실상 실존 ‘슈프림스’ 일대기
아카데미상 6개부문 후보에
사실상 실존 ‘슈프림스’ 일대기
아카데미상 6개부문 후보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79회 아카데미상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드림걸스>다.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6개 부문에 후보를 올려 아카데미 최다 지명작이 됐다. 주요 배역이 모두 흑인인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흥행에서 고속질주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드림걸스>는 뮤지컬 영화다. 또한 음악가와 음악업계를 다루는 점에서도 ‘뮤지컬’이라고 할 작품이다. 최근 두 번 아카데미에서 대중가수 전기영화인 <레이>와 <앙코르>가 연속으로 주연배우상을 따낸 이래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밥 딜런이나 마빈 게이 등 음악스타들의 일대기 영화가 줄지어 만들어지고 있다. <드림걸스>는 6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그룹 ‘드림스’의 성공담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원작 뮤지컬을 만든 제작자들이 공식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3인조 여성그룹 ‘슈프림스’의 일대기를 꼭 닮았다.
‘슈프림스’를 알면 ‘드림걸스’의 실감은 배가 된다. ‘슈프림스’는 60년대 대중적 성공 측면에서 유일하게 비틀스에 필적할 만한 그룹이었다. 특히 여성 가수로선 전례없는 성공을 거뒀는데, 머라이어 캐리가 나오기 전까지 비틀스와 엘비스 프레슬리에 이어 빌보트 차트 1위에 세번째로 많이 오른 가수였다. 그 신화를 드림걸스가 고스란히 원용한 것이다. ‘드리메츠’가 ‘디나 존스와 드림스’라는 이름으로 정상에 서는 이야기는 ‘프라이메츠’가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라는 이름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과 다를 게 없다.
비욘세 놀스가 연기한 디나 존스와 제니퍼 허드슨이 맡은 에피 화이트 역은 ‘슈프림스’의 다이애나 로스와 플로렌스 발라드를 모델로 하면서 갈등의 양 축을 이룬다. 실제로는 결별했던 두 사람이 영화에선 화해하는 점, 그리고 성공 이후 계속 승승장구한 로스와 가난에 찌들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발라드의 운명이 극단적으로 엇갈린 현실의 결말만이 다르다. 60년대 솔의 정수를 그대로 담은 음악은 더욱 슈프림스와 비슷하다. 가볍고 여성적인 창법의 다이애나 로스와 비욘세 놀스, 풍부한 성량으로 가스펠에 접근하는 플로렌스 발라드와 제니퍼 허드슨이 비슷하게 짜인 것은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백인들에게 인기를 얻어가면서 그룹 리더가 외모를 앞세운 비욘세로 바뀌는 과정도 ‘슈프림스’와 일치한다.
주변 인물들 또한 비슷하다. ‘슈프림스’를 발탁한 모타운레코드의 설립자 베리 고디 주니어를 연상시키는 배역은 제이미 폭스가 맡아 냉혹한 승부사로 재현했다. 최초의 흑인 소유 레코드사인 모타운을 만든 베리 고디는 철저한 계산으로 모타운을 새로운 ‘음악 스타일’로 성장시킨 이다. 소속 가수들에게 창법과 안무는 물론 의상과 걸음걸이, 심지어 담배를 우아하게 피는 법까지 가르치면서 그것을 “품질관리”라고 불렀던 이다. 에디 머피의 캐릭터도 리듬앤블루스 스타 재키 윌슨과 모타운 솔의 간판가수 마빈 게이를 중첩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극중 잠깐 나오는 어린 가수가 마이클 잭슨을 상정한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처럼 실제와 이어지는 여러가지 흔적들은 ‘드림걸스’를 보다 흥미롭게 만든다. 사소한 부분의 고증부터 흑인음악의 저력에 대한 고찰까지 그속에 녹아있다. <드림걸스>의 성공은 실제와 허구 사이를 고증으로 단단하게 메운 데서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은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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