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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유명 감독들 “관객 취향 좀 바꾸면 안되겠니?”

등록 2007-02-23 08:53

이재용·박찬욱·임상수 등 새로운 시도 눈길
흥행 면에서는 대부분 고배
정윤철 감독 신작 흥행 여부에 관심 쏠려
이재용ㆍ박찬욱ㆍ임상수ㆍ박진표ㆍ정윤철 감독의 공통점은?

관객에게 환영받았던 장기(長技)를 뒤로 한 채 신작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에 도전한 감독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는 더욱 눈길을 끈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환영할 일이지만 이들의 신작을 관객은 외면했고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평단으로부터 전작보다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흥행감독 앞다퉈 새로운 시도

이런 흐름의 시발점은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고품격 멜로물로 이름을 날린 이재용 감독이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소품과 매끈한 연출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는 인터넷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세포 소녀'로 지난해 8월 관객과 만났다.

영화는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성(性)을 즐긴다는 무쓸모 고교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면서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논리와 사회적 통념을 비판했다.

뒤를 이은 이는 지난해 12월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선보인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정지훈(비)과 임수정 등 두 청춘스타를 내세워 촬영한 이 영화를 두고 "일종의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처럼 밝고 가벼운 표현방식과는 달리 영화는 은유ㆍ풍자 등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담아내 여타 로맨틱 코미디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저도 멜로영화 찍었어요"라며 임상수 감독은 1월 멜로물 '오래된 정원'을 들고 나왔다. 임 감독은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 사회성 짙은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영화는 원작인 황석영의 동명소설 내용 중 운동권 투사 현우(지진희)의 사회주의운동 내용을 대부분 배제한 채 미술교사 윤희(염정아)와의 17년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등 멜로물로 화제가 됐던 박진표 감독은 사실에 기초한 팩션 드라마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전혀 다른 장르인 범죄영화 '그놈 목소리'로 1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으며, 장편 데뷔작인 '말아톤'으로 단숨에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정윤철 감독 역시 '말아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코미디물 '좋지 아니한가(家)'를 내달 1일 선보일 예정이다.

◇흥행은 실패하고, 반응은 엇갈리고

이들 작품은 대부분 흥행 면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세포 소녀'는 관객 6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끌어모은 관객은 73만 명에 불과했다.

이재용 감독의 전작 '정사'는 98년 서울에서 38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배용준ㆍ전도연ㆍ이미숙을 내세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330만 명의 전국 관객을 잡았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두 편 모두 관객 300만 명을 넘겼다.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은 관객 29만 명의 참담한 흥행성적을 냈다.

이중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감독은 박진표뿐. '그놈 목소리'는 이달 1일 개봉돼 300만 명을 넘겼다.

그러나 '그놈 목소리'는 전작과 비교해 평단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이는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나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도 마찬가지. 개봉 당시 '다세포 소녀'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참신하다" "무슨 말이지 모르겠다" 등 극도로 엇갈렸다. 박찬욱 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18일 폐막한 베를린 영화제에서 8대 본상 중 하나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받아 그나마 상처 난 자존심을 만회했다.

이런 면에서 정윤철 감독의 신작 '좋지 아니한가(家)'의 흥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좋지 아니한가(家)'는 교사인 아버지(천호진)와 억척주부인 어머니(문희경), 원조교제를 일삼는 소녀를 짝사랑하는 아들 용태(유아인), 이야기의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딸 용선(황보라), 언니 집에 얹혀사는 노처녀 무협작가 이모(김혜수) 등으로 구성된 가족 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와 예상을 깨는 이야기 전개 등은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닮아 있다. 정윤철 감독 또한 이재용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처럼 풍자와 은유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풍자극ㆍ블랙코미디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다세포 소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의 흥행 실패에서도 알 수 있듯이 풍자극이나 블랙코미디 성격을 띤 영화는 관객에게 환영받기 힘들다. 특히 표현수단이 이들 영화처럼 일상적인 언어가 아닐 때는 특히 더하다. '다세포 소녀'에는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와 외눈박이가 등장했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여주인공 영군은 형광등을 꾸짖고 자판기를 걱정하며 자기가 사이보그라고 믿는 아가씨다.

여기에 드라마적 요소에 열광하는 한국 관객에게는 에피소드 위주의 이 같은 영화는 배척받기 쉽다.

한국영화사에서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받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역시 평단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다세포 소녀'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내용을 다뤄 흥행 면에서 쓴잔을 마셔야 했다.

김미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괴물' '왕의 남자' 등 흥행작들도 풍자적인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이 점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면서 "풍자적 성격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표현수단 또한 일상적이지 않아 이 같은 특성이 장르적 성격을 규정지을 때 영화 관람 동기가 유발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한국영화 발전에 자양분이 될 수 있어 장려할 만한 일"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영화가 '괴물' '왕의 남자'처럼 크게 흥행에 성공한다면 유사 영화의 제작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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