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여성예찬 ‘마츠코의 일생’ 뻔한데도 독특함이 ‘톡톡’

등록 2007-03-28 18:31

저공비행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4월 12일 개봉)을 보면서 장 피에르 주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건 감독 나카시마 데쓰야가 주네의 스타일을 차용했기 때문도 아니고 야마다 무네키의 가학피학적인 소설을 경쾌한 뮤지컬 코미디로 각색한 이 영화의 줄거리가 주네의 영화들과 비슷했기 때문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들을 고려한다고 해도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아멜리에〉 장르의 일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래 생각해도 장 피에르 주네는 〈아멜리에〉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 이 장르는 두 가지 특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성 배우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 그를 위해 동원되는 시청각적 표현의 폭격. 물론 둘 중 어느 쪽이 더 강조될 수도 있고 하나가 은근슬쩍 무시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장르의 성격을 정의하는 데엔 별 무리가 없다. 어차피 장르가 있다면 그 벽을 깨는 시도도 있기 마련이니까. 〈마츠코〉 말고 최근 예로는? 박찬욱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역시 그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홍보상 비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은 결국 정말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임수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재미있는 건 이 노골적인 러브레터의 형식이 내용의 안주로 그치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영화는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 영화를 본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여자 주인공들을 무작정 박해하는 일본 멜로드라마 공식들을 모아 메들리로 엮어놓은 것과 같다. 주인공 마츠코는 불량청소년 제자와 성희롱범 교장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일본 멜로드라마 장르의 주인공들이 빠질 수 있는 최악의 함정에만 골라서 빠진다. 그 때문에 〈버라이어티〉의 러셀 에드워즈는 이 영화를 일본 멜로드라마의 패러디라고 보기도 했는데,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카시마 데쓰야는 이 끔찍한 이야기를 총천연색의 뮤지컬 코미디로 만들었던 것이다. 장 피에르 주네가 〈아멜리에〉에서 했던 것과 거의 마찬가지의 여성 예찬을 쏟아 부으면서.

여성 또는 여성 이미지에 대한 예찬이 〈아멜리에〉 이전에 없었던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주네는 〈아멜리에〉를 통해 행동과 관점의 경계선을 깨뜨렸다. 더는 염치를 차리지 않았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원초적인 태도인데, 그 뻔뻔스러운 태도가 영화쟁이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를 제공해준 건 분명한 듯하다. 좋아하는 게 있다면 무조건 보여주라. 상상력을 감추지 마라. 자신의 얄팍함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미리 걱정하지 마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면 아직까지 그 태도는 생산성이 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본 멜로드라마는 그 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았던 그 어떤 것들보다 달라 보이니 말이다.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