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장진영 김혜수 차승원 이정재
지난해 수익악화로 투자 줄자 영화사·마케팅 줄이고
배우들 ‘성과 개런티’ 받거나 오랜만에 TV로 돌아가기도
배우들 ‘성과 개런티’ 받거나 오랜만에 TV로 돌아가기도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작이 처음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영화판으로 돈도 많이 몰렸다. 겉으로만 보면 영화계는 그 어느때보다 풍성하다. 하지만 그 속은? 이익을 낸 영화는 10편 중 한 편 꼴이다. 대신 경쟁은 더 치열해져 마케팅 비용만 영화 한 편당 1억8천만원이 늘었다. 수출도 2005년에 비해 68% 줄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투자 손실액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3년 동안 벌었던 이익을 모두 까먹고도 남는 액수다.
영화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내리막 조짐이 보이기 전에 먼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작자, 배우, 투자사 등 각 주체들이 저마다 스스로 거품빼기와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돈이 몰려 시장이 커지던 몇년 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 2007년 봄 영화계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들 “내몫 올려줘~” = 영화진흥위원회 영상투자조합이 출자한 20개 펀드의 자료를 바탕으로 낸 통계를 보면 올해초부터 4월7일까지 투자 액수는 17건에 8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건 126억원에 견줘 줄어든 것이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더욱 엄격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또한 요구 조건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투자자와 제작자는 수익을 6대4로 나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이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해 투자자몫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5개 투자사가 모인 영상투자자협의회의 박경필 회장은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에 비해 수익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사들 “살 빼자” = 영화 <아들>에 참여한 배우 차승원, 장진 감독, 조명·촬영 감독 등은 예전 개런티의 절반 정도만 받았다. 대신 수익이 나면 깎은 만큼 되돌려 받는 조건이다. 결국 위험 부담을 나눠 지자는 것이다. <아들> 제작사인 케이앤제이엔터테인먼트는 강우석 감독과 장진 감독이 설립한 회사로, 앞으로 찍을 다른 대작 영화들에고 이런 계약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지우 감독의 신작 <모던보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순제작비를 85억여원에서 62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배우 박해일, 김혜수뿐만 아니라 스탭들도 개런티 가운데 30% 정도만 일단 받았다 김유진 감독의 <신기전>도 이렇게 제작비를 95억원에서 73억원으로 줄였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강우석 감독은 “무조건 깎자는 게 아니라 잔금을 좀 늦게 치르는 것”이라며 “이익이 남으면 제작진에게 인센티브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급·투자사 “프린트·마케팅 줄이자”=지난해에는 순제작비 30억원짜리 영화면 프린트·마케팅 비용만 평균 20억원 정도가 들었다. 영화 필름 한벌을 프린트해 스크린별로 나눠주는 데만 200만~250만원, 시사회를 위해 영화관 1개관을 빌리는 데 200~300만원이 든다. 김태성 쇼박스 홍보부장은 “한주에 3~4편씩 개봉하다보니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하게 스크린을 잡았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이런 거품이 싹 빠지고 있다. 시사회, 제작보고회, 판촉 포스터 제작 등이 줄었다.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을 탄 영화 <드림걸즈>는 올해 초 한국에서 105개 스크린을 잡았다. 이상무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부장은 “지난해라면 200개 이상 펼쳤을 작품”이라며 “스크린 수와 홍보비를 줄여 3억여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배우들, “몸값 낮출께요”=주연급 배우들이 자기 몸값을 줄이는 대신 수익 날 경우 보장 받는 계약을 하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배우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영화계 안팎에서 불거졌던 것이 불과 얼마전인데 그사이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박혜성 아이에이치큐 이사는 “출연료를 10% 정도 낮추거나 영화 예산 규모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배우들 사이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스크린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들이 텔레비전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최지우, 이정재가 드라마 <에어시티>에, 강혜정은 9년만에 드라마 <꽃찾으러 왔단다>에 출연한다. 고소영, 장진영, 수애도 모처럼 텔레비전에 등장한다. 박성혜 이사는 “주연급 배우들이 위기감이 커져 활동을 다양하게 해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고, 또한 드라마 개런티 수준도 높아지면서 배우들이 텔레비전 출연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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