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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간저인망들이 골라잡은 싱싱한 영화 보러 오세요

등록 2007-04-11 19:02수정 2007-04-11 19:12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조지훈 프로그래머에게 듣는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반년간 밤새며 500편 보며 출품작 1035편 중 185편 솎아내
감독도 잃어버린 필름 찾아 꾸린 ‘피터 왓킨스 회고전’ 가장 기대

37개 나라 185편 26일~5월 4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차리는 화려한 밥상이다. 지난해보다 147편이 늘어난 국내외 출품작 1035편에서 솎아낸 영화들이다. 올해에는 여기에 터키 영화 특별전 등을 보탰다. ‘대안 영화’를 내거는 전주영화제의 특징은 가능하면 많은 나라 독립 영화들을 고전부터 최근작까지 훑어 소개하는 데 있다. 이 많은 나라 많은 영화를 보고 기획하고 상영작을 건져 올리는 ‘인간 저인망’이 영화제 프로그래머 3명이다.

영화 보는 직업이라니 우아해 보이는데, 축제를 꾸리기까지 이들의 노동량은 만만치 않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그래머가 된 조지훈(34)씨에게 영화제 만드는 과정을 들어봤다. 영화평론가 등으로 이름을 날린 전문가들이 보통 프로그래머가 되는데 그는 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부터 시작해 실무 경험을 쌓으며 이 영화제와 함께 성장해 프로그래머가 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조지훈 프로그래머
조지훈 프로그래머
반 년 500여편 그가 이번 행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본 영화 편수다.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마찬가지다. 두 명 이상이 같은 영화를 보고 상영작을 뽑는다. 영화제를 보름 남겨 놓은 요즘 그의 퇴근 시간은 아침 9시일 때가 많다. 소개 책자에 글 쓰려면 영화를 다시 봐야 한다. 올빼미 생활엔 이골이 났다. 6개월째 새벽까지 울다 웃다, “조금 지나면 좀 재미있어지겠지” 기다리다, 욕하다 그렇게 영화를 봤다. “친구들이 한량 같데요.(웃음) 준비 기간엔 사생활이 거의 없어요.”

피터 왓킨스의 9편 그가 프로그래머로서 협의해 고른 회고전의 첫 번째 주인공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극영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창시자인 피터 왓킨스(72) 감독이다. 영국인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살고 있는 피터 왓킨스 감독에게 “사회 문제를 고발해온 당신의 영화는 한국에 여전히 교훈을 준다”며 상영하게 해 달라고 전자우편을 보냈다. 답은 “나도 내 영화의 필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였다. 그가 힘이 빠졌던 순간이다. 왓킨스가 아는 몇몇 정보를 단초로 추적했다. 판권자 따로 프린트 소유자 따로 다 허락을 맡고 필름 상태도 확인해야 했다. 프린트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지로 흩어져 있었다. 그렇게 1964년 작 <컬로든 전투>부터 2000년작 <코뮌>까지 9편을 모았다. 그가 가장 뿌듯해하는 부분이다.

영화제와의 인연, 7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는 기획을 했고 필름 추적에 나선 탐정들은 실무자들이다. 이런 기획이 얼마나 그들의 뼛골을 빼는지 그도 잘 안다. “프로그래머가 실무를 너무 잘 알아도 독이 될 수 있어요. 성사되기 힘든 일은 피할 수 있으니까요.” 정밀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제1회 전주영화제에서 기자회견 때 자료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다음해에는 자료담당이었는데 영화제 끝나고 녹초가 됐다. 영화마다 챙겨야하는 것이 대사부터 감독 사진까지 10여 가지가 넘었다. 영화 상영 값 협상, 홍보, 이벤트 꾸리기…. 이를 총괄하는 실무팀의 팀장을 거쳤다.

영화제와 영화제 사이 전주영화제 총서 4권을 내야 한다. 전주영화제가 주최가 돼 만드는 영화 <디지털 삼인삼색>의 해외 배급도 하고 여름 야외상영회도 연다. 한달 동안 평가를 끝낸 뒤 다시 프로그래머 2명과 영화제들을 돌며 자료를 모으고 다음 축제의 큰 기획을 시작한다. “저는 축제형 인간인 거 같아요. 힘들어 죽겠어도 단기간에 자기가 가진 걸 쏟아놓는 게 좋아요. 영화를 모아 의미를 만들고 관객과 나누는 게 보람있고요.”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채털리 부인의 사랑><홀트레인><페더젠 동지>
〈채털리 부인의 사랑><홀트레인><페더젠 동지>

‘레이디 채털리’에서 ‘오시미 마모루 걸작’까지
프로그래머 3명의 강추 6편

개막작인 한승룡 감독의 <오프로드>부터 폐막작인 홍콩 조니투 감독의 <익사일>까지, 185편이나 되는 영화들 가운데 뭘 봐야 할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3명이 고민 끝에 각각 2편씩 추천했다. 개막작과 폐막작은 12일 하루만, 나머지는 다음달 4일까지 홈페이지(jiff.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 <레이디 채털리>(감독 파스칼 페랑·시네마 스케이프 섹션)는 로렌스의 고전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원작으로 삼았다. <죽음과의 작은 협상>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가져간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여성 감독의 시점으로 여성의 욕망을 다룬 영화로 주목할 만하다. <홀트레인>(감독 플로리안 가크·영화궁전 섹션)은 낙서그림에 열정을 쏟는 젊은이들의 경쟁과 우정을 감독이 직접 작곡한 힙합 음악에 실어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스프레이 하나로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관객을 달뜨게 만들 것이다. 일탈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공각기동대>와 <아바론>, <이노센스> 같은 심각한 에스에프 애니메이션을 봐야 오시이 마모루의 세계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1984년 작인 <우르세이 야츠라:아름다운 몽상가>(불면의 밤 섹션)는 오시이의 모든 주제가 ‘이미’ 완벽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조리의 작가’로서 오시이의 면모를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며, 무엇보다 ‘여전히’ 그의 최고 걸작이다. <페더젠 동지>(감독 한스 페터 몰란드·영화궁전 섹션)는 지금은 교사가 된 노르웨이 사람 페더젠이 1968년 사회주의 운동에 몸담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영화이다. 개인적 욕망과 정치적 욕망은 늘 함께 존재했고, 그래서 그 시절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그러나 개인의 욕망을 버리고 정치적 욕망을 우선 순위에 두는 순간 우리의 혁명도 끝이 났다. 마지막 장면은 꽤 감동적이다.

<우르세이 야츠라:아름다운 몽상가><워게임> <프리빌리지>
<우르세이 야츠라:아름다운 몽상가><워게임> <프리빌리지>

조지훈 프로그래머 피터 왓킨스 감독 회고전으로 모은 9편 모두 주목 할 만하다. 아마추어 배우를 섭외해 다큐멘터리처럼 극영화를 찍었는데 언론, 정치 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워게임>은 핵 전쟁이 진짜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국가 권력의 무기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프리빌리지>는 정치적으로 난처한 문제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고 정부와 언론, 종교가 록 가수를 톱 스타로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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