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저드>
대작보단 인디계열 중심으로
한주 한편꼴 소규모 개봉 확산
섬세한 내면 그려 마니아층 형성
한주 한편꼴 소규모 개봉 확산
섬세한 내면 그려 마니아층 형성
<하나>(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까뮈따윈 몰라>(감독 야나기마치 미쓰오) <헤저드>(감독 소노 시온). 4월 셋째주에 개봉하는 11편 가운데 3편이 일본 영화다. 일본 영화는 올들어 한 주에 한 편 꼴로 15일까지 모두 16편이 개봉했다. 틈새 시장을 확고히 다지면서 대중적 취향의 대작이 아니라 인디계열 영화 중심으로 편수를 늘려가고 있다. 오다기리 조, 쓰마부키 사토시 등 스타 배우나 이누도 잇신 감독 등의 작품은 이름값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한국내 일본영화 개봉 편수는 2002년 13편, 2003년 18편, 2004년 28편, 2005년 25편, 20006년 35편으로 오르막 추세다. <하나>를 배급하는 영화사 진진 김난숙 이사는 “지난해 개봉한 <메종 드 히미코>가 관객 10만명을 모은 뒤 일본 영화들이 많이 수입 됐다”며 “올해엔 지난해 개봉 편수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일본 영화 17편을 개봉할 예정인 영화사 스폰지 조성규 대표는 “성능 대비 비용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일본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비싼 값을 들이지 않고 비교적 소규모로 개봉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일본 영화는 부침을 거쳤다. 1999년 <러브레터>가 100만여명을 모은 뒤 <셸위댄스> <춤추는 대수사선> 등으로 순풍을 탔다. 이후 성인영화를 빼고 모두 개방이 이뤄진 2001년부터는 공포물이나 애니메이션 외엔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본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 데다 한국 영화 강세가 맞물렸다. 정서적 차이도 이유로 꼽혔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과 역사 왜곡도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다가 2004년 개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관객 10만명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제…>를 들여온 스폰지의 전용관 스폰지하우스, 일본영화 전용관을 둔 씨큐엔명동이 2006년 1월 문을 열었다. 2004년 이후 10만명 미만 시장을 다지기 시작하면서 확실한 팬들이 늘었다.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는 매년 객석 점유율이 70%를 웃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이 개인의 감정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내는 일본 영화들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작 일본 영화들은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일본침몰>(80만명)은 소재 덕을 봐 반짝 힘을 받았다. <데스노트>(70만여명), <데스노트-라스트 네임>(57만여명)은 원작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었다.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였고 일본 흥행성적도 좋은 <망국의 이지스함> <전국자위대 1549>는 지난 12일 개봉했는데 모두 이틀 만에 막을 내렸다. 자위대의 애국심을 강조하거나 강한 일본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일본 영화들의 강세는 당분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팬층이 두터운 오다기리 조, 아오이 유우 등 스타급 배우들은 독립영화도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 관객을 만날 공간도 늘었다. 인디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는 씨지브이에 이어 메가박스도 올해부터 20~30대 여성들이 볼만한 작은 영화들을 묶어 틀 계획이다. 중앙시네마도 인디영화를 많이 올릴 예정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이주의 일본영화 순진한 사무라이 ‘재밌는 복수’
<하나>=사무라이 소자에몬은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고 달동네에서 3년을 기다렸다. 사실 그는 복수보다는 옆집에 사는 젊은 미망인이나 글 가르치기, 새 기르기 따위에 더 관심이 많다. 그가 “벚꽃이 떨어지듯 죽겠다”고 다짐하자 이웃 사내는 말한다. “사람 죽여 본 적 없지? 창자가 다 튀어나오는 게 죽는 거야.” 소자에몬은 실제 복수보다 훨씬 재미있는 ‘복수극’을 꾸미기로 한다.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명분을 내세운 폭력을 냉소하며 웃기는 시대극을 선보였다.
대학생들 영화찍기 ‘꼬인다 꼬여’
<까뮈따윈 난 몰라>=대학생들이 영화를 찍는 험난한 과정을 따라가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묘하게 현실과 허구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버린다. 촬영 시작 5일전에 주연 배우가 빠진다. 감독 구실을 하는 학생은 스토킹하는 여자 친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내부의 연애 전선은 얽히고 섥힌다. 이들이 찍는 영화 <지루한 살인자>는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닮았다. 대타로 주인공을 맡게 된 학생은 어느 순간부터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살인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한다. 힙합춤을 추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들을 읊조리는 역동적인 청춘을 길게 잡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섬뜩한 핏빛으로 끝을 맺는다. 야나기마치 미쓰오 감독 작품.
따분한 20대 위험한 뉴욕소동
<헤저드>=“공허하고 지루한 일본, 졸리지만 잠 안 오는 일본….” 20살 신(오다기리 조)은 대학 생활이 따분해서 미칠 지경이다. 우연히 <세계의 위험한 곳들>이란 책에서 뉴욕의 ‘헤저드’라는 곳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떠난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털려 빈털터리가 된다. 편의점에서 빵을 훔치려다 리(에이 웨스트)와 다케다(후카미 모토키)를 만난다. 리는 타임스퀘어 광장을 알몸으로 산책하는 괴짜이고 다케다는 사랑밖에 모르는 순정파다. 신은 이들과 함께 편의점 털기 등 갱단 놀이를 하며 질서와 규율에 삿대질을 해댄다. 여고생 54명이 철로로 뛰어드는 장면을 담은 <자살 클럽>을 찍었던 소노 시온 감독은 들고 찍기 기법으로 뉴욕의 에너지를 담뿍 담아내며 격렬한 해방감을 전한다. 감독은 “짜여진 시나리오 없이 뉴욕의 각 장소들이 주는 영감으로 장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소민 기자
이주의 일본영화 순진한 사무라이 ‘재밌는 복수’
<하나>
<까뮈따윈 난 몰라>
<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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