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영화 노사 첫 임단협 맺다
1주일 66시간 노동, 시간당 최저임금 3480원 준수, 임금은 격주 지급, 그리고 4대 보험 적용.
한국 영화사상 첫 노사 임금·단체 협상이 18일 타결됐다. 촬영·조명·연출 등 스태프들을 망라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진욱·이하 영화노조)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차승재·이하 제협)는 위와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합의안으로 제작 현장과 스태프의 생활은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스태프들은 일한 시간만큼 정해진 때에 임금을 받게 돼 생계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던 제작 시스템도 체계를 갖추게 된다.
생계안정 통한 전문성 기대
스태프, 막연한 희생 끝-전문화 시작 평균 연봉 640만원. 하루 노동시간 13시간 이상. 4대 보험 하나도 적용 못받는 비율이 50%. 2004년에 촬영·조명 등 스태프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스태프들은 보통 영화 편당 계약을 맺는다. 문제는 영화 제작 기간이 석달이든, 여섯달이든 받는 액수는 똑같다는 점이다. 노동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므로 촬영 일정에 따라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임금도 선금과 잔금으로 주기 때문에 영화 제작이 중간에 중단되면 떼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스태프들은 현장 경험이 충분히 쌓일 때 쯤 되면 생활고를 버티다 못해 영화판을 떠나게 됐다. 그만큼 한국 영화계의 전문성은 취약해졌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는 생활 안정을 위해 임금 하한선을 정하고 지급 기한을 격주로 명확히 했다. 첫 영화를 시작한지 여섯달이 안된 수습은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인 시간당 3480원, 촬영·조명 최하직급은 3720원, 연출·제작부 최하직급은 4200원을 보장 받는다. 최 위원장은 “최하직급들은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만 받아도 지금보다는 임금이 50% 이상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노동시간은 하루 15시간, 1주 66시간을 넘을 때 노사가 합의해야 하도록 했다. 장거리 촬영 때 이동하는 시간도 노동 시간에 들어간다. 야간·연장 근무는 시급의 50%를 얹어받게 된다. 계약기간 안에 촬영이 없더라도 주급 일정액을 줘야 한다. 연월차·생리·산후 휴가 등도 유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 몇명이 팀으로 묶어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근로 계약을 맺게 된다. 역할과 책임이 명확해져 전문 인력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이 안정이 되면 직업인으로서 전문 조감독도 출연할 수 있다.
아직 남은 것도 많다. 촬영·연출 부분은 직급별 하한선이 정해졌지만 미술·분장 등 다른 영역은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의 준수 이외엔 합의된 것이 없다. 또 4대 보험 적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적 기관의 행정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길어봤자 1년으로 계약 기간이 짧은 영화 노동자의 노무 관리를 각 제작사에 맞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작사마다 인사관리팀을 새로 꾸리려면 비용은 더 들고 효율은 떨어질 수 있다.
비용 늘지만 제작과정 체계화 제작자, 주먹구구 제작 끝-체계적 제작 시작 제작자들에겐 일단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장동찬 제협 사무처장은 이번 협상으로 “순제작비 30억원짜리 한편당 1억~1억5천만원씩은 제작비가 더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제작자들 역시 이번 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호의적으로 참여했다. 느슨했던 생산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어 지금처럼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들어갔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스태프의 역할 분담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이번 협상 타결로 ‘시간=돈’이 되면서 영화 제작 과정은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질 전망이다. 장소 섭외도 예전처럼 현장에 가서 ‘여기가 아닌가보다’했다가는 시급으로 주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감독도 촬영 현장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야하고 반복 촬영도 고심해야 한다. 스태프의 동선도 세밀하게 짜야한다.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 지각할 경우 그 시간만큼 들어간 비용을 청구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차승재 회장은 “예산 집행과 스케줄 관리가 까다로워지게 되므로 영화 작업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제작자만 살아남 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아직 남은 것도 많다. 촬영·연출 부분은 직급별 하한선이 정해졌지만 미술·분장 등 다른 영역은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의 준수 이외엔 합의된 것이 없다. 또 4대 보험 적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적 기관의 행정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길어봤자 1년으로 계약 기간이 짧은 영화 노동자의 노무 관리를 각 제작사에 맞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작사마다 인사관리팀을 새로 꾸리려면 비용은 더 들고 효율은 떨어질 수 있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영화진흥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2007 영화산업 단체협약 조인식’에서 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회장과 최진욱 영화노조 위원장이 교섭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연합뉴스
비용 늘지만 제작과정 체계화 제작자, 주먹구구 제작 끝-체계적 제작 시작 제작자들에겐 일단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장동찬 제협 사무처장은 이번 협상으로 “순제작비 30억원짜리 한편당 1억~1억5천만원씩은 제작비가 더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제작자들 역시 이번 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호의적으로 참여했다. 느슨했던 생산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어 지금처럼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들어갔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스태프의 역할 분담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이번 협상 타결로 ‘시간=돈’이 되면서 영화 제작 과정은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질 전망이다. 장소 섭외도 예전처럼 현장에 가서 ‘여기가 아닌가보다’했다가는 시급으로 주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감독도 촬영 현장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야하고 반복 촬영도 고심해야 한다. 스태프의 동선도 세밀하게 짜야한다.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 지각할 경우 그 시간만큼 들어간 비용을 청구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차승재 회장은 “예산 집행과 스케줄 관리가 까다로워지게 되므로 영화 작업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제작자만 살아남 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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