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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차승원 “아버지가 돼야 아버지 마음 알죠”

등록 2007-04-20 07:36

영화 '아들'에서 15년 만에 아들 만나는 무기수 역

배우 차승원이 정극 연기를 안한 것도 아닌데, 영화 '아들'(감독 장진, 제작 KnJ엔터테인먼트) 속 그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였을까.

차승원이 명쾌하게 답한다. "아버지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맞다. 그가 코미디 영화뿐 아니라 수사극ㆍ사극에도 출연했고, 북한 남자도 된 적이 있지만 아버지로 나온 적은 없었다.

"참 이상하죠. 제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결혼도 했고 아이 아빠라는 게 알려졌는데도 정작 많은 분들이 저를 '아버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18살짜리 아들을 둔 아버지를 연기하는 게 생경하게 느껴지겠죠."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건 분명 배우로선 장점일 터. 그러나 이 작품에서만큼은 차승원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두 명을 살해한 후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이강식에게 15년 만에 단 하루의 휴가가 주어진다. 아들 준석을 만나러 가는 그의 얼굴 표정에는 기쁘고 두렵고, 설레며 불안한 갖가지 감정이 담겨 있다.

"연기의 핵심을 '어색함'에 뒀습니다. 강식이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말할 때에도 어색해 보이길 바랐죠. 한 공간에 있어도 아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어색함, 낯설고 서툰 모습. 그런 거 말예요. 그런데 그건 15년 만에 아들을 보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색함은 알겠는데, 뒷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반드시 15년 만에 아들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춘기 정도의 아들을 둔 아버지라면 누구나 그럴 거예요. 우리 대부분은 자식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색해하는 아버지들이죠.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아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집에서 보는 아버지와 횡단보도에 서 있는 아버지는 왠지 다른 것 같아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아버지를 보며 '어떻게 인사하지'라고 주저하게 되죠."

그는 이런 아버지와 아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건 본인이 아버지의 아들이자 아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식 낳아봐야 부모 심정을 안다고 하잖아요. 아버지가 돼봐야 아버지 마음을 알아요. 그 전까지는 (아버지 마음을) 아무리 안다고 말해도 제대로 아는 게 아닙니다."

차승원은 출연료도 러닝개런티 방식으로 돌려가면서 이 영화를 찍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한 작품. 그런 작품을 관객 앞에 내놓을 때 배우로서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만족도요? 수치로 말하면 편하겠는데 그러기 힘드네요. 그저 소박하고 담백하게 찍었고, 찍을 때 스트레스 쌓이지 말자고 했습니다. 시나리오 받고 나서 '참 좋다. 끝날 때까지 이 마음 갖고 있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이룬 것 같아요."

'아들'은 올해 극장가를 공습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첫 주자인 '스파이더맨3'와 5월1일 맞붙는다. 지난해 '국경의 남쪽'으로 '미션 임파서블3'에 덤볐던 것과 비슷한 상황. 당시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제가 '너무 센 것과 붙는 것 아냐'라고 걱정하니까 장진 감독이 '우리 행복하게 찍었잖아. 그것만으로도 됐잖아'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요. 그것만으로도 됐습니다. 다만 지난해보다 한국영화 상황은 더 안좋아진 것 같아 걱정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배우로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결과를 떠나서 그저 연기가 좋아서 했는데 지금은 내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화계 분위기, 관객의 냉정한 시선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껴요. '잘하고 있는 건가' 하며 생각도 너무 많아지고요."

차승원은 "다만 그래도 하나 놓지 않는 건 생활 속에서 진심을 갖고 같이 부대끼며 나이에 맞는 감성을 갖고 연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영화 '아들'이 좋은 건 "아버지와 아들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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