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프리비전 제공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아내가 바람이 났는데 도장 파는 게 직업인 남자 태한(박광정)은 구시렁거리며 욕설을 도장에 새기는 걸로 화풀이를 한다. 연적의 멱살을 잡고 시원하게 드잡이는 못 할망정 작전이라고 짠 게 아내의 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손님인 척 타는 정도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감독 김태식)는 흔한 불륜을 소재로 삼아 수컷들의 유치한 기 싸움을 블랙코미디로 건져 올린다. 두 남자의 엎치락뒤치락 짝짓기 수작에 “닭 같은 짓하고 있네”라고 은근슬쩍 코웃음을 치게 하지만 차가운 냉소만 있는 건 아니다. 거기서 거기, 초라한 그들의 행태를 보다보면 짠해진다.
강원도 속초 낙산이 집인데 태한은 굳이 서울로 올라와 중식(정보석)의 택시를 탄다. 낙산까지 가자고 하니 넉살 좋은 중식이 속도 모르고 좋단다. 먼 길 가다 택시가 고장 나 둘은 땀 뻘뻘 흘리며 배드민턴을 치고 개울에서 홀딱 벗고 멱을 감는다. 낙산에 도착하자 때는 이때다 중식은 태한의 부인을 만나러 간다. 둘의 연애 광경을 목격한 태한은 중식의 택시를 훔쳐 중식의 부인(조은지)이 운영하는 카페로 간다.
개울에서 덩치 큰 중식이 호기롭게 근육을 단련할 때 태한은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적의 완력을 눈대중한다. 둘이 서로 질세라 오줌발을 시원하게 뻗으려는데 헬리콥터가 일으키는 바람 탓에 오줌 방울이 산산이 흩어지는 장면은 웃기고 안쓰럽다. 실제로 등장하는 수탉의 눈엔 닭장에 갖힌 건 자신이 아니라 태한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낙산까지 가는 전반부와 태한이 중식의 부인을 꾀는 후반부에 비슷한 후렴구를 담아 주인공들을 오십보 백보 일상적 욕망의 도돌이표에 가둬놨다. 박광정은 그 앙상한 몸매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소심함의 극치를 차고 넘치게 표현한다.
26일 개봉
김소민 기자 사진 프리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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